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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0월 12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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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이볜(陳水扁) 전 대만 총통의 부인 우수전(吳淑珍) 여사는 중추절을 며칠 앞두고 면회를 가려는 남편 측근과의 통화에서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고함쳤다. 그의 목소리는 주위 사람들이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컸다. ‘천 전 총통과 우 여사 사이의 소설 같았던 사랑이 법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고 중국 언론이 대만 핀궈(빈果)일보를 인용해 10일 전했다.
이 부부는 젊은 시절 아름다운 사랑의 주인공으로 화제를 모았다. 둘은 중학교 선후배로 만났다. 가난한 법대생과의 결혼을 위해 부잣집 딸 우 여사는 집을 뛰쳐나왔다. 그리고 1985년 남편의 선거를 돕다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러나 두 사람의 순애보는 최근 큰 시련을 맞고 있다. 지난달 중순 대만 타이베이(臺北) 지방법원은 천 전 총통과 우 여사에게 각각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천 전 총통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고 구속기간이 최근 연장됐다. 죄를 시인한 우 여사는 구속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부정부패 혐의로 구속될 때 천 전 총통은 “나의 구속 사실을 아내에게 알려 달라”고 법관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최근 구속기간 연장 때에는 “구속연장 통보를 누구에게 하면 되느냐”고 묻는 집행관에게 “나에게 보내면 된다”라고 했다. 아내에 대한 감정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심지어 최근 면회를 온 측근에게는 “아내를 너무 맘대로 하게 했다”고 후회했다고 한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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