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대미-안보공약 바꿔야 할지도”

  • 입력 2009년 10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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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부족 명분 ‘현실노선’선회 시사

일본 민주당 정권의 대미정책과 안보 공약이 현실노선으로 한 걸음 이동할 조짐이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사진) 총리는 7일 주일미군 재편과 관련한 민주당 공약에 대해 “시간이라는 변수 때문에 바꿔야 할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며 공약 변경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하토야마 총리는 미국과의 합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민당 정권 당시 오키나와(沖繩) 현 후텐마(普天間) 미군비행장을 현 내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한 미국과 일본 정부의 합의를 ‘시간 부족’을 명분 삼아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그동안 기존 합의를 수정하겠다고 공약했었다.

국제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해상자위대의 인도양 급유지원 활동에 대해서도 대미관계를 고려해 활동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하토야마 내각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은 최근 “단순히 연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조건부 연장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나가시마 아키히사(長島昭久) 방위성 정무관은 한발 더 나아가 “법 개정을 통해 국회의 사전 승인을 의무화한 뒤 급유활동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급유지원 활동 연장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는 추세다.

민주당의 현재 방침은 활동기한이 끝나는 내년 1월부터 중단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미국이 활동 연장을 매우 원하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지난달 사민당 국민신당과 합의한 연립정권 정책합의에서 ‘내년 1월 중단’ 방침을 재확인한 바 있다. 최근 이를 되돌리려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8·30총선을 앞두고 공약을 발표할 때에도 주일미군 지위협정과 관련해 ‘개정에 착수한다’던 기존 방침을 ‘개정을 제기한다’로 완화하는 등 몇몇 대목에서 현실노선으로 이동한 바 있어 이번에 공약을 바꾼다면 두 번째 방침 선회로 볼 수 있다. 하토야마 총리가 공약 변경을 시사한 배경에 대해서는 막상 정권을 잡아 미국과 직접 접촉해 보고 기존에 미일 정부가 합의에 이르게 된 경위를 살펴본 결과 뾰족한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음 달 일본을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대등한 미일관계’ 공약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하토야마 정부로서는 구체적인 현안에서 미일 간에 갈등이 불거질 경우 감당하기 힘들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미국은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을 비롯한 민주당 정권의 안보 공약에 대해 미국과 거리를 두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어 일본으로선 이를 불식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안고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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