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초짜 내각’ 권한-영역 다툼 삐걱

  • 입력 2009년 10월 1일 02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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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개혁-예산개편’ 위해 신설된 국가전략실
영향력 확대 싸고 관방-재무성 등과 힘겨루기
알력 심화땐 공약 물거품… 교통정리가 과제

갓 출범한 일본 민주당 초대 내각이 업무와 권한을 둘러싸고 견제와 알력을 빚는 일이 적지 않아 업무시스템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각 운영시스템이 정착되기 전에 담당업무를 최대한 확장해 발언권을 키우려는 각료들의 욕심도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부처 간에 업무 분장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가장 많은 견제를 받는 곳은 관료 개혁과 예산 골격 편성이라는 정권 공약 차원의 업무를 부여받고 신설된 국가전략실. 업무 성격상 모든 부처에 두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실세(實勢) 부처지만, 자칫하면 아무런 고유권한도 없는 실세(失勢) 조직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관료 개혁과 부처 간 업무 조정이라는 기존 업무를 간 나오토(菅直人) 국가전략상에게 빼앗긴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관방장관의 견제가 심하다는 말들이 나온다. 국가전략실을 설치하려면 법안이 통과돼야 하지만 아직 국회가 열리지 않아 내각 차원의 국가전략실이 임시조직 형태로 머물러 있다. 히라노 관방장관은 최근 “가을 임시국회에 법안을 낼지, 내년 정기국회에 낼지 아직 논의된 바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 심복인 그는 부총리 직함을 가진 간 국가전략상이 실권을 쥐게 되면 총리 권한을 침범할 수 있고 내각 내 힘의 균형도 깨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방장관은 총리와 매일 머리를 맞대는 측근인 데다 간부 공무원 인사권을 쥐고 있어 자칫 국가전략상과 위상 경쟁을 벌일 수 있다. 실제로 관방장관이 협조하지 않으면 국가전략상의 관료 개혁 구상이 힘을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간 국가전략상의 예산 골격 편성 업무도 후지이 히로히사(藤井裕久) 재무상으로선 못마땅하다. 10여 년 전에 벌써 대장상을 지낸 후지이 재무상은 국가전략상이 시키는 대로 실무만 담당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자칫 국가전략상은 ‘입’만 갖고 실제 권한은 대규모 ‘병력’과 조직을 갖춘 재무상이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내각 때 받았던 내년도 예산 요구를 무시하고 다시 받기로 하는 등 예산 재검토 작업은 일단 재무상이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의 주요 공약인 ‘낭비예산 절약’을 고유 업무로 해서 신설된 행정쇄신회의는 국가전략실이나 재무성과 소관 업무 경쟁을 벌여야 할 처지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숙원이었던 우정 개혁을 재검토하는 업무는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금융상과 하라구치 가즈히로(原口一博) 총무상 간의 신경전 대상이다. 가메이 금융상이 우정담당상을 겸하고는 있지만 원래 이 업무가 총무상 소관이었던 데다 아직도 총무상이 권한을 행사할 여지가 적지 않다. 중소기업과 서민의 은행 대출금 상환을 3년 유예하겠다는 가메이 금융상의 발언을 놓고는 히라노 관방장관과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민주당 정부에는 각료회의 외에도 분야별 각료위원회, 정부 여당 수뇌회의, 기본정책 각료위원회 등 연립여당 수뇌부와 각료들이 참여하는 각종 회의체가 많아 앞으로도 주요 정책을 놓고 업무 영역이나 권한 다툼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신생 정권이 소프트랜딩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부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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