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어디로… ‘야전 사령관’ 2인에게 앞날 묻다

  • 입력 2009년 9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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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5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시작된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1년이 됐다. 글로벌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듯했던 금융위기는 어느 정도 진정됐고 경기도 회복세를 타고 있다. 세계은행의 한스 티머 경제전망그룹 디렉터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데이비드 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에게서 금융위기 1년이 글로벌 경제와 미국 경제에 미친 영향과 전망을 들어봤다.》

세계은행 전망그룹 총지휘 티머 씨
“한국 자신감 되찾으면 회복세 지속”

세계경제는 올 연말에 플러스 성장을 하면서 리바운스(rebounce·회복, 재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더블 딥(double dip·경기침체후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의 위험성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2010년에 (회복세가) 후퇴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세계은행 본부에는 세계경제 분석 및 전망을 담당하는 경제학자가 45명 가량 근무하고 있다. 이들을 총지휘하는 한스 티머 경제전망 그룹 디렉터는 4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매우 조심스러운 진단을 내놨다.

―지난 1년을 돌아본다면.

"첫 6개월 동안은 예상보다 훨씬 더 상황이 나빴다. 생산과 무역의 악화는 대공황에 자주 비교됐다. 이는 추락의 규모 때문이 아니라 추락의 엄청난 속도 때문이었다. 전례없는 하강이었다. 그러나 올 6월초에 우리는 세계경제가 하반기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을 수정했고 실제로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경제위기가 이미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리세션(recession·경기침체)을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달려 있다. 생산과 성장의 하강이란 측면에서는 리세션이 끝났다고 말해도 좋다. 다수의 경제주체들이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최근 회복세는 주로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서 오고 있다. 아시아, 특히 중국의 수요 회복은 수출 성장에 따른 것이다. 채권발행금리가 떨어지고 상품가격이 바닥을 치면서 신흥시장에서의 회복이 지속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준다. 하지만 리세션을 매우 높은 실업률, 그리고 많은 생산설비가 잉여 상태로 남아 있는 상황의 관점에서 규정한다면 여전히 풀어야할 거대한 문제들이 남아있다. 그러한 문제들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티머 디렉터는 이 대목에서 일본의 예를 들었다.

"일본에선 최근 2개월간 매우 긍정적 성장이 있었다. 수출이 늘고 생산도 늘었다. 그러나 산업 생산은 그 이전 5개월간 보다 35% 이상 줄었다. 여전히 평균적 생산능력보다 매우 뒤져있다. 그게 많은 나라의 상황이다. 첫 리바운스는 일어났다. 투자가 곤두박질치고 재고가 급증하는 건 멈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가 많이 증가하는 상황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선 신용공여와 건강한 금융 부문의 뒷받침이 필요한데 이는 여전히 의문부호다. 한국의 경우엔 회복세가 실제로 강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대부분 나라에선 회복세가 그전의 급격한 하강에 대한 반응 작용일 뿐이다."

―한국 경제는 실제로 건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건가.

"한국 경제의 회복 배경에는 두가지 주요한 요소가 있다. 우선 정부의 부양정책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동아시아라는 지리적 위치 덕분이다. 그곳은 유럽과 미국에서 발생한 일들에 덜 의존적이다. 사실 세계경제가 경험한 경기하락과 무역 퇴조의 깊이는 미국에서 발생한 일때문이 아니라 아시아 신흥시장의 퇴조에 의해 주도됐는데 최근 그곳에서의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에선 정부가 움직일 많은 공간이 있었으며 10년전 금융위기의 교훈을 배워 신중한 재정정책을 몸에 익혔다. 위기에 신속히 반응할줄 알았다. 반면 미국의 경우 최초의 경기 하락은 2007년초부터 일어났고 하락폭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그리 크지 않았지만 반응이 느렸다. 금융부문에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어 회복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국 정부의 위기 대응은 적절했나.

"신속하고 효과적이었다고 본다. 금융위기는 직접적으로 한국을 강하게 때렸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 한국에선 자본유출에 대한 긴장이 고조됐다. 하지만 그런 우려들이 매우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다뤄졌다. 그리고 매우 신속히 생산성과 수출이 회복됐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 회복 상황이 지속가능한건지를 판단할 때 일부 의문점이 있다. 즉 현재의 회복세는 주로 정부 지출과 부양책에 의존한 것인데 이는 지속가능한게 아니다. 민간부문과 소비시장이 회복세를 주도하는게 필요하다. 더 중요한건 민간부문이 '앞으로 수년간 높은 생산성 성장이 있을 것이며 투자를 더 많이 해도 좋다'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자신감이 돌아오면 한국경제의 회복은 지속가능해질 것이다."

―출구전략 논란에 대해 어떻게 보나.

"가장 어려운 과제다.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매우 우려하지는 않는다. 아직도 생산능력의 과잉 상태이기 때문이다. 석유가격의 유동성이 개도국의 성장을 억누를 수 있다는 우려도 과장됐다고 본다. 가변성은 대부분 달러 가치의 변동에서 올 것이다. 세계경제의 회복은 각종 데이터들이 보여주는 것 만큼 다이내믹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자산 가치의 인플레 가능성이다. 느슨한 통화정책의 영향이 국내 자산 시장에서 나타날 텐데 그것을 정책 재검토의 신호로 삼지 않는다면 큰 문제를 안게 될 것이다."

―다시 경제위기가 닥칠 가능성은 없나.

"주요 국가들의 위기 대응은 단기적으로 효과적이었고 신속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큰 과제들이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다. 자산가격의 거품 현상을 어떻게 다룰지, 그리고 성장세로 돌아섰을때 어떻게 균형성장을 이루느냐는 등도 문제다. 우리는 지난 1년간 위기의 깊이를 목도했지만 아직 그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연내에 플러스 성장과 회복세가 나타나겠지만 내년에 상당수 국가에서 부양책이 진정한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한채 끝날 경우 다시 후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53세인 티머 디렉터는 네덜란드 시민이다. 네덜란드 경제기획원에서 10년간 국제경제분석 총책임자를 지냈으며 1996년 세계은행에 합류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 S&P 수석 이코노미스트 위스 씨 ▼
“인플레 걱정말고 침체탈출 집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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