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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9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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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행동 나설때” 목청
7일 오후 미국 노동절 행사가 열린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노동절 기념연설을 위해 전미 산업별노조총연맹(AFL-CIO)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 등장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경쾌한 모습으로 연단에 올랐다. 1만여 명의 노동자와 가족들은 기립 박수와 환호로 오바마 대통령을 맞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킷을 벗어 던지고 셔츠의 소맷자락을 걷어 올렸다.
연단에 선 오바마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일성(一聲)은 “힘이 납니까(Are you fired up)?” “준비가 됐습니까(Are you ready to go)?”였다. 지난해 대선 때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던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선거 구호로 썼던 말이다. CNN 방송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에 대해 “대선유세를 방불케 할 만큼 에너지가 넘쳤다”고 평가했다. 정치적 명운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건강보험 개혁에 대한 공화당과 보수층의 반대에 직면하면서 흔들리고 있는 자신의 리더십을 다시 한 번 공고하게 하기 위한 의지가 넘쳤다는 것이다. 청중은 40여 분 동안 이어진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선 채로 경청했다.
자신의 핵심 지지기반인 노동계층에 대한 찬사도 아끼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유급휴가, 최저임금, 사회보장제도 등 현대적 혜택들은 모두 노동운동의 성과”라면서 “역사상 최대의 중산층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한 것도 노동(운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미국인은 노동운동에 어느 정도 빚을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오늘날 누리는 권리와 혜택은 미국의 일하는 남녀들에게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쟁취된 것”이라고도 했다.
9일 의회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연내에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건강보험 개혁에 힘을 실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정치적인 이해는 뒤로하고 미국의 노동자들을 위해 건강보험 개혁을 통과시킬 시기가 됐다”며 “지금이야말로 행동에 나설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노동계에 대한 지지 호소는 건강보험 개혁이라는 대결전을 앞두고 자신의 핵심 지지기반을 다시 한 번 아우르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가 이날 행사장에서 제조업 관련 정책담당 고위급 고문으로 전 미국 철강노조 출신인 론 블룸 씨를 임명한 사실을 밝힌 것이나 멕시코 이민 노동자 출신의 부모 밑에서 자란 힐다 솔리스 노동부 장관을 대동한 것도 그의 결연한 의지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대선 당시 자신을 지지했던 세력들이 하나둘씩 곁을 떠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은 임기 초반의 성패를 결정할 승부처에 다다른 오바마 대통령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이라크 주둔 미군 철군 지연, 아프간 추가 파병,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 약속 지연 등 개혁이 지지부진한 모습에 실망을 느낀 진보 진영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백인 남성으로 대표되는 전통적 보수층의 이탈도 두드러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7일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에서 백인 유권자들이 매긴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취임 100일째를 맞았던 4월보다 11%포인트나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무소속 백인 유권자와 50세 이상 백인 사이의 지지도는 9%포인트, 백인 여성 사이의 지지도는 12%포인트가 하락했다. 오바마 대통령 정권인수팀장을 지낸 존 포데스타 미국진보센터 회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국정 현안의 성패는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 논의를 활성화하고 입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지에 달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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