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일린, 사실은 딸임신 감추려고 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9월 4일 02시 56분



아기아버지, ‘위선’ 폭로
“손자를 아들로 입양요구”

“(아기를 낳기로 한) 딸의 결정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지난해 8월 말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가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을 때 미국 사회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9월 초 페일린 후보의 인기는 하늘로 치솟았다. ‘17세 딸의 임신, 장애를 안고 태어난 막내아들’ 등 미국 가정이라면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시련에 대해 인간적이면서도 정직하고 강인하게 대처하는 ‘보통 엄마’라는 이미지가 부각된 덕분이었다.
당시 페일린 후보는 임신한 딸과 18세의 예비 사위를 당당히 청중에게 소개하면서 “내 딸은 낙태하지 않고 아기를 낳을 것이며 곧 정식 결혼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매케인 대통령 후보는 “얼마나 멋진 가정이냐. 우리가 정말 제대로 부통령 후보를 골랐다”며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는 진실이었을까.
딸 브리스틀 양이 낳은 아기의 아버지인 리바이 존스턴 씨는 2일 공개된 잡지 ‘배니티 페어’ 10월호 인터뷰에서 “페일린은 사람들이 딸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길 원치 않았으며 브리스틀이 아이를 낳으면 자신의 아이로 입양시키겠다고 끈질기게 요구했다”며 “하지만 브리스틀과 나는 이를 강하게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사실이라면 고교생 딸이 낳은 외손자를 외부에서 입양한 아기처럼 속이려 한 셈이다. 브리스틀 양은 대선 후인 12월 아기를 낳았고, 두 사람은 “대선 후에 정식 결혼할 계획”이라던 공화당 선거본부의 발표와는 달리 올봄 헤어졌다.
존스턴 씨는 또 “페일린이 스스로를 ‘하키맘’(자녀의 특기활동 뒷받침에 헌신하는 엄마)이라고 강조했지만 실제론 큰아들의 하키 경기를 관전한 적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화목한 가정의 이미지와는 달리 페일린 부부는 가정에 소홀했고 자주 다퉜으며 자녀들을 위해 요리를 하는 때도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사냥과 낚시를 즐기는 ‘강한 여성’으로 포장됐지만 실제론 침대 밑에 놓아둔 총의 사용법조차 몰랐다고 그는 주장했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미 언론의 반론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차기 대선을 노리고 있는 그녀는 7월 주지사직 사퇴 후 민주당의 건강보험 개혁안을 ‘죽음의 위원회’라고 비난하는 등 강경 보수 행보를 걷고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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