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케네디 상원의원직, 비키여사가 뒤이을까

  • 입력 2009년 9월 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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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가문의 영광’ 원천은 富
■ 저무는 케네디家시대 2題

지난주 타계한 에드워드 케네디 미국 상원의원이 알링턴 국립묘지에 영면(永眠)함에 따라 후계는 누가될지, 케네디 가문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릴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①조명받는 부인 비키 여사= 공석이 된 상원의원직을 미망인 빅토리아 레기 케네디(55) 여사가 승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주당내에서 높아지고 있다.

크리스 도드 상원의원은 30일 "비키(빅토리아의 애칭)가 남편의 상원의원석을 승계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마음을 바꾼다면 적극 지지할 것"이라며 "비키가 재능과 능력으로 그 자리를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의 오린 해치 상원의원도 "비키는 매우 뛰어난 변호사이자 믿을 수 있는 존경받는 인물이며, 테드(고 케네디 의원의 애칭)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추켜세웠다.

사실 비키 여사는 인생 중반기까지 수차례 스캔들로 휘청였던 케네디 의원이 인생 후반전을 성공적인 정치커리어로 이어가는데 핵심적 역할을 한 반려자이자 정치참모였다.

두 사람은 1991년 파티장에서 만났다. 케네디 의원은 당시 59세로 1981년 이혼한 싱글이었고, 37세의 변호사인 비키 역시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이혼녀였다.

당시 케네디 의원은 플로리다 해변에 함께 놀러간 조카가 성폭행 혐의 고소를 당하고, 그 자신도 잠옷 차림으로 낯선 여성에게 다가갔다가 물의를 빚은 직후였다.

그는 앞서도 급격한 상승과 하강 곡선을 겪곤 했다. 1969년 1월 상원 원내 부대표로 선출되고 차기 대통령감으로 각광받았으나 그해 7월 '채퍼퀴딕섬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다. 형인 로버트 케네디의 선거캠프에서 일한 여성들과 파티를 벌인뒤 28세의 여성을 옆에 태운채 운전하다가 차가 강물에 추락한 것. 그는 혼자만 빠져나오고 경찰에 신고를 안했고 여성은 숨진채 발견됐다. 이 사건으로 그는 2개월의 징역형(집행유예)을 받았고 정치적 명성도 곤두박질쳤다.

1992년 케네디 의원과 결혼한 비키 여사는 남편이 안정을 되찾아 정치에 전념할 수 있도록 내조했다. 비키 여사는 특히 1994년 남편이 상원의원 선거에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맞붙어 고전을 치를때 큰 역할을 했다. 당시 롬니 후보가 벤처 기업을 통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경력을 강조하며 기세를 올리자 비키 여사는 그가 운영하던 기업들이 다른 회사를 인수한뒤 임금을 삭감하고, 노조와의 계약을 파기한 사실을 밝혀내 역공을 가했다. 2004년 선거자금 모금행사를 개최하면서 300여 손님의 이름과 경력을 모두 외워 참석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케네디 의원은 생전에 가문의 모든 일을 아내와 상의했고 친구들에게 "비키와 결혼후 진정한 행복을 맛보게 됐으며, 정치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고백하곤 했다.

②케네디 가(家) 힘의 원천은 재력= 케네디 집안 9남매의 막내인 케네디 의원의 타계로 남매 가운데는 올해 81세인 진 케네디 스미스 여사만 남았다. '케네디가-미국의 에메랄드 제왕'의 저자인 토머스 마이어 씨는 30일 ABC방송에서 "이제 케네디가의 시대도 끝이 났다"고 진단했다.

AP통신은 케네디 집안이 지난 50여 년간 미국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단단한 재력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케네디 가문 전체의 재산 규모는 1980년대에 총 5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이런 엄청난 부는 케네디 남매의 할아버지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일랜드계 이민 2세인 패트릭 조지프 케네디(1848~1929)는 14세때 학교를 자퇴하고 부두노동자로 일하면서 푼푼이 모은 돈으로 주류판매업에 손을 대 재산을 축적했다.

그의 아들인 조지프 P. 케네디(1888~1969· 케네디 9남매의 아버지)는 1945년 1250만달러를 투자해 당시 미국 최대 건물로 불리던 시카고의 머천다이즈마트 빌딩을 사들였다. 케네디 집안은 이 건물을 포함한 시카고의 부동산을 부동산 경기 전성기인 1998년에 6억2500만 달러에 팔았고 상속인들은 미국 최대 부동산신탁투자회사의 지분을 나눠 갖게 됐다. 타계한 케네디 의원은 2008년에 재산규모를 1500만¤7260만 달러로 신고한 바 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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