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케네디, 형들 곁에 잠들다

  • 입력 2009년 8월 31일 02시 59분


전현직 美대통령 부부 장례미사 참여29일 미국 보스턴의 한 성당에서 거행된 에드워드 케네디 전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의 장례미사에 전현직 미국 대통령 부부가 참석해 미국 정치의 거목이었던 케네디 전 의원을 애도하고 있다. 왼쪽부터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부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부인 로라 여사,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 보스턴=AP 연합뉴스
전현직 美대통령 부부 장례미사 참여
29일 미국 보스턴의 한 성당에서 거행된 에드워드 케네디 전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의 장례미사에 전현직 미국 대통령 부부가 참석해 미국 정치의 거목이었던 케네디 전 의원을 애도하고 있다. 왼쪽부터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부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부인 로라 여사,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 보스턴=AP 연합뉴스
에드워드 前의원 영결식… 알링턴국립묘지 안장
연도엔 수천명 시민들 애도
거인의 마지막길 박수 배웅
“신념따라 바른 길 가려 노력”
교황에 보낸 ‘고해 편지’ 공개

29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 주 알링턴 국립묘지. 잔뜩 찌푸렸던 하늘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이곳에 미국 최고의 정치 명문가인 케네디가(家)의 마지막 거인 에드워드 케네디 전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이 영원한 안식을 취했다. 1963년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암살당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1968년 대통령의 꿈을 키우며 선거유세 도중 흉탄에 세상과 이별했던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과 각각 30m 거리를 둔 자리. 워싱턴을 비롯한 미국 전역은 두 형이 못다 이룬 케네디가의 정치적 꿈을 구현해온 9남매의 막내 케네디 전 의원을 위해 조기(弔旗)를 걸었다.

뇌종양과 싸우다 25일 77세를 일기로 타계한 케네디 전 의원의 시신은 이날 오전 보스턴에서 장례미사를 마친 뒤 항공기편으로 앤드루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그의 시신은 검은색 리무진 장의차에 실려 47년 동안 상원의원직을 수행했던 의사당 앞을 지나 워싱턴기념탑, 링컨기념관, 포토맥 강을 거쳐 장지로 향했다. 연도에 나온 수천 명의 시민은 고개를 숙여 케네디 전 의원의 죽음을 애도했고 전현직 의회보좌관과 직원들도 열정적이면서도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그의 마지막 나들이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아쉬움을 달랬다.

장례식에서는 케네디 전 의원이 교황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가 공개됐다. 7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교황 면담 시 전달한 편지에서 케네디 전 의원은 “가난한 사람의 권익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이민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그들에 대한 차별과 싸웠고 건강보험과 균등한 교육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하기 위해 애썼다”며 “난 불완전한 한 인간에 불과하지만 신념에 따라 바른 길을 걷기 위해 노력했다”고 적었다. 교황은 2주 뒤 케네디 전 의원에게 답장을 보냈다. 시어도어 매캐릭 대주교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답장에서 “케네디 전 의원이 신앙과 희망 속에서 잘 버텨주기를 바란다”며 신의 은총을 빌었다고 전했다.

가을을 재촉하는 보슬비가 내린 보스턴에서 열린 장례미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케네디 전 의원은 형들이 갖지 못했던 ‘시간’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그는 그 특별한 선물을 더 많은 사람의 삶을 달래고 정의를 실현하는 데 사용했다”고 회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개인적으로는 동료이자 멘터였으며, 친구이기도 했던 그는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의원”이라고 평가했다.

유년 시절인 12세 때 암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케네디 전 의원의 장남 에드워드 케네디 주니어는 조사에서 “의족을 찬 채로 썰매를 타려고 언덕을 힘겹게 오르다 쓰러진 나를 들어 올리며 ‘세상에 네가 할 수 없는 일은 없다’고 한 순간을 잊을 수 없다”며 울음을 터뜨려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그는 “나는 내 아들, 아버지와 같이 사용하고 있는 (에드워드라는) 이름이 오늘처럼 자랑스러울 때가 없었다”고 말했다.

장례미사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부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부부 등 전직 대통령들이 참석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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