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수 제한하라”며 공항 점거하는 이곳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5분



남태평양 이스터섬 주민들 “모아이 석상 훼손 심각”
사람 얼굴 모양의 거대 석상(石像)인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한 남태평양 이스터 섬 주민들이 관광객 수를 제한해 달라며 16일 공항을 점거하고 시위에 나섰다.
칠레 일간 엘메르쿠리오에 따르면 이날 이스터 섬 주민 20여 명이 마타베리 국제공항의 활주로를 점거해 한때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주민들은 “이스터 섬을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모아이 석상을 비롯한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칠레 정부에 △방문객 총인원 제한 △범죄 기록이 있는 사람의 방문 금지 △체류기간이 끝난 뒤 반드시 섬을 떠날 것을 보증하는 내용의 특별비자 제도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시위대는 공항 활주로에 천막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장기전에 돌입할 태세다. 그러나 칠레 정부는 내국인 방문자에게도 특별비자를 요구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칠레 언론은 이번 시위를 ‘라파누이(이스터 섬의 현지어 이름) 의회운동’이라는 분리 독립운동 단체가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베르토 오투 이스터 섬 원로위원회 의장도 “시위자는 지역 원주민 가운데 소수이며 분리주의자들이 배후에 있다”며 “테러와 난동 행위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스터 섬은 1888년 칠레령이 됐으며 2002년 기준으로 인구는 3791명. 칠레에 속해 있지만 본토에서 3526km나 떨어져 있는 데다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폴리네시아계 원주민은 인종적으로도 남미와 관련이 없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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