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국민배우까지 美공항서 억류하다니…”

  • 입력 2009년 8월 17일 03시 02분


印국민들“무슬림 차별” 부글부글…“미국인도 당해봐야”

인도의 국민 배우인 샤루크 칸 씨(43·사진)가 15일 오전 미국의 한 공항에 억류돼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도 전역이 분노로 들끓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6일 전했다.

‘볼리우드(인도의 영화산업을 상징하는 말)의 왕’으로 불리는 칸 씨는 이날 미 시카고에서 열리는 인도 독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뉴저지 주 뉴어크 리버티공항에 내렸다가 이민국 관리에게 붙잡혔다. 인도에서 수십 편의 대형 흥행영화에 출연한 스타였지만 그를 잘 몰라보는 이민국 관리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인도 영사가 그의 신분을 확인해 준 뒤에야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칸 씨는 인도 기자들에게 “정말 심하게 다퉜고 나를 풀어줄 것 같지 않았다”면서 “아마 내 이름이 ‘칸’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내 이름은 칸(My name is Khan)’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찍었다. 이 영화는 인종차별 관행으로 시련을 겪는 무슬림의 삶을 다뤘다. 이 신문은 최근에도 저명한 인도인이 뚜렷한 이유 없이 의심을 산 사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미 콘티넨털항공은 인도 뉴델리 공항에서 무기 소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압둘 칼람 전 인도 대통령을 몸수색했다.

티머시 로머 주인도 미국대사는 성명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세계인의 우상인 칸 씨는 미국의 귀중한 손님이며 많은 미국인들이 그의 영화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암비카 소니 인도 정보방송장관은 “미국에서 인도인들을 이런 식으로 대하는 일은 많다”면서 “인도에 도착한 미국인들이 칸 씨와 똑같은 일을 당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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