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쿠바 국민 “사회주의론 안된다”

  • 입력 2009년 8월 15일 02시 56분


쿠바 소년들이 13일 수도 아바나의 한 건물 외벽에 그려진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 벽화를 지나치고 있다. 이날 카스트로 전 의장은 83세 생일을 맞았다. 아바나=로이터 연합뉴스
쿠바 소년들이 13일 수도 아바나의 한 건물 외벽에 그려진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 벽화를 지나치고 있다. 이날 카스트로 전 의장은 83세 생일을 맞았다. 아바나=로이터 연합뉴스
재정적자로 초긴축 정책… 생필품 배급 줄어 주민 원성
“농지분배 등 시장경제 도입해야” 개혁 목소리 커져

요즘 쿠바의 병원들은 하루에 2시간 응급실 문을 닫는다. 공장과 상점, 관공서에서는 하루에 5시간만 에어컨을 켠다. 석유 소비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6월부터 전기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바가 심각한 경제난을 맞으면서 집권 1년 6개월째에 접어든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78)에게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친형인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83)이 여전히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라울 의장의 운신 폭은 좁아 보인다.

○ 생필품 부족으로 고통받는 쿠바 주민

현재 쿠바의 경제상황은 1990년대 초반 이후 최악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지난해 쿠바의 수출액은 40억 달러로 전년과 비슷했지만 수입액은 154억 달러로 41% 늘었고, 무역적자는 114억 달러로 전년보다 65%나 증가했다. 석유 수입이 24억 달러, 식량 수입이 7억 달러 각각 늘어난 것이 주요인이었다.

올해 경제전망은 더 암울하다. 쿠바 전체 수출액의 약 40%를 차지하는 니켈 가격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고,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 관광수입과 해외 거주자들의 송금은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지난해 쿠바를 잇달아 강타한 허리케인이 남긴 100억 달러 규모의 피해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것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쿠바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당초 6%로 잡았다가 지난달 말 1.7%로 크게 하향 조정했다. 라울 의장은 지난달 26일 혁명기념일 연설에서 “더 혹독한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쿠바 정부는 강력한 긴축정책밖에 방법이 없다고 보고 석유와 식량, 생필품 등의 소비를 줄여서라도 전체 수입액을 전년보다 34억 달러 줄이기로 했다. 이에 정부는 한 달에 주민 1명에게 배급하는 콩과 팥의 양을 850g에서 570g으로 줄였고, 화장지 식용유 타이어 등 생필품 부족으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라울 의장은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교육과 보건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삭감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 “개혁의 최대 걸림돌은 피델 전 의장”

쿠바의 경제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급진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쿠바 국영TV의 경제해설위원인 아리엘 테레로 씨는 최근 “정부는 경제의 많은 부분을 넘겨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시장경제 요소를 더 많이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다. 쿠바에서는 정부가 경제활동의 약 90%를 맡고 있다.

라울 의장은 지난해 2월 집권한 이후 “새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변해야 한다”며 휴대전화 사용 허용, 국영기업 근로자 임금 상한선 폐지, 개인에게 국가 소유 농지 분배 등 점진적 개혁정책을 추진해왔지만 기대에 비해 개혁의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라울 의장의 개혁에 가장 큰 걸림돌은 다름 아닌 피델 전 의장이라고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지적했다. 급진적 개혁에 반대하는 공산주의 원칙론자인 피델 전 의장은 2006년 7월 공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미국에 망명한 한 전직 쿠바 경제 관료는 “라울 의장은 정부 내에서 변화를 반대하는 (피델을 추종하는) 세력과 정면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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