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불황여파 대졸자들의 ‘모교 보는 눈’도 극과 극

  • 입력 2009년 8월 4일 02시 59분


“학비 돌려 달라” 취업못한 졸업생 소송
“실직 동문 돕자” 일자리 찾아주기 반색

극심한 경기 불황 여파 속에 미국의 대졸 구직자와 실직자들이 모교에 대해 느끼는 감정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2일 뉴욕포스트가 보도한 한 여성의 송사(訟事)는 구직에 허덕이던 졸업생과 모교의 관계가 최악에 빠진 사례다. 미국 뉴욕 시 브롱크스에 사는 트리나 톰슨 씨(27·여)는 지난주 자신이 졸업한 먼로칼리지를 상대로 학비 7만 달러(약 8600만 원)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톰슨 씨는 4월 이 학교에서 정보기술(IT) 학사 학위를 땄지만 지금까지 학위에 어울리는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며 결국 모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 좌절한 그녀는 소장에서 “학교는 애초 약속했던 충분한 취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녀의 어머니도 “딸아이가 정말 낙담하고 있다. 이건 정말 우리가 원하던 삶이 아니다”며 답답해했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톰슨 씨가 대학 시절 받았던 학자금 대출 상환 기한이 임박해 집에서마저 쫓겨날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먼로칼리지의 게리 액셀뱅크 공보관은 “우리 대학은 학생들에게 충분히 유용한 취직지원 활동을 해왔다”며 “이번 소송은 더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톰슨 씨와 정반대로 모교와 동문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 구직자도 있다. 2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뉴욕 주 시러큐스대 1976년 졸업생 미리엄 콘 헤임스 씨는 23년간 JP모간체이스 은행에 근무하며 선임 부사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는 올해 봄 실직하기 전까지는 모교와 특별한 교류가 없었다. 그러나 실직한 뒤 동문들의 칵테일파티에서 모교의 직업서비스센터가 재학생들뿐 아니라 동문 일자리 찾기도 지원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학교에 이력서를 보냈다. 헤임스 씨는 “일자리를 갖게 되면 모교에 큰돈을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대학은 더 있다. 버크넬대는 지난해 9월 파산한 리먼브러더스 동문 47명에게 학교의 직업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e메일을 보냈다. 노터데임대는 5월 재학생과 동문들에게 직업상담 핫라인과 일자리 정보, 광범위한 동문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마련했다. 이 학교 1993년 졸업생인 엘렌 바레시 씨는 “취업하고자 하는 회사에 관한 정보는 학연을 통해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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