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jour프랑스]와인 향기엔 프랑스의 자존심이 담겨있다

입력 2009-07-14 02:56수정 2009-09-2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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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와인의 지존 佛서부 보르도
17세기 유적 가득한 항구도시에서 명품이 익고 있다

와인의 세계는 오묘하다. 맛과 향뿐이 아니다. 포도를 키우는 토양과 햇빛도 그렇다. 거기에 포도경작자와 와인메이커의 철학까지 담기니 그 세계는 알면 알수록 더더욱 궁금증이 발동한다. 와인 투어리즘은 그래서 와인 라이프의 한 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듯 그 세계를 알자면 현장을 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레드와인의 지존이라 할 프랑스 서부 대서양변의 보르도지방. 프리미어 크뤼(1등급)의 샤토 라피트 로칠드, 샤토 라투르, 샤토 마고, 샤토 무통 로칠드를 비롯해 무려 1만2000개 샤토가 와인을 생산하는 이곳은 와인애호가라면 꼭 한 번은 찾고 싶어 하는 와인성지다. 그래서 보로드 와인협회도 몇 년 전부터 와인 투어리즘을 적극 운영 중이다. 보르도에서도 최고급의 스위트 디저트와인을 생산하는 소테른으로 와인투어를 떠난다.

○ 17세기 건축의 도시 보르도

보르도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와인명산지로 워낙에 이름이 알려진 탓이다. 그런데 유산등재 사유가 도심에 즐비한 17세기 건축물이라고 알려주면 더더욱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와인과 17세기 건축물. 전혀 관련 없을 듯 보이지만 사실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그 이유를 알자면 우선 보르도가 항구라는 것부터 알아야 한다. 한때 보르도는 영국 땅이었다. 보르도를 지배하던 아키텐공국의 공주가 영국 왕과 결혼하는 바람에 그 지참금으로 이 땅이 왕실에 귀속됐다. 그 당시 영국왕실은 보르도와인을 대놓고 마셨다. 보르도는 그 와인의 수출항이었다.

자존심 강한 프랑스인들이 그냥 있을 리 없다. 훗날 전쟁을 일으켜 보르도를 되찾았다. 그럴 즈음에 포도주를 배럴에 담아 장기 저장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덕분에 먼 외국으로도 수송할 수 있게 돼 포도주 수출은 활기를 띠었다. 그 수출업자들이 항구에 모인 것은 불문가지. 좋은 건축은 대개 은행이 주도한다. 포도주 수출업자가 보르도에 집결하자 당연히 은행들이 지점을 개설했고 그 은행은 앞 다투어 건물을 지어댔다. 그것이 현재 보르도 시내 강변의 석조건물들이다.

○ 곰팡이 덕분에 최고로 태어난 소테른 와인

소테른은 보르도 주변의 와인산지 가운데 하나다. 보르도 주변에는 명품와인 산지가 수두룩하다. 북서쪽에 메도크, 동쪽에 생테밀리옹, 남쪽에 그라브 등등. 소테른은 그라브에 이웃한다.

지난해 이맘때쯤 찾은 소테른. 햇빛이 어찌나 강하던지 그늘 찾기에 바빴다. 하지만 주변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지형은 메도크와 달랐다. 포도밭이 지롱드 강을 향해 잦아드는 거의 평지에 가까운 얕은 구릉에 들어선 메도크와 달리 오르내림이 빈번한 경사의 구릉지였다.

지나다가 포도원 입구 돌기둥의 명패를 보고 차를 세웠다. 샤토 디켐. 1855년 보르도와인 등급결정 당시 최고인 1등급을 받은 다섯 개 중 하나다. 물론 소테른에서는 유일한 1등급 와인이다. 조금 더 언덕을 오르니 작은 마을에 닿는다. 샤토 다르슈가 그곳에 있다. 이곳은 1855년 등급결정 당시 2등급을 받은 명문가다. 크지 않은 2층 석조의 샤토는 구릉 진 포도밭 한가운데 불쑥 솟은 언덕마루에 자리 잡았다. 한가운데 정원 덕분에 아늑해 보였다.

소테른 와인은 흔히 ‘귀부(貴腐)’와인이라고 부른다. 귀부란 ‘귀하게 부패’한 것인데 포도열매 껍질에 ‘보트리티스 시네레아’라는 곰팡이균이 번져 생긴 병이다. 그런데 그 곰팡이가 기특하게도 과즙의 수분을 없애준다. 포도껍질에 낸 구멍으로 증발해서다. 그러니 포도의 당도는 높아질 수밖에. 소테른 와인은 단맛이 강한 디저트와인이다. 그런 만큼 귀부 병은 소테른와인에 관한 한 신이 내린 선물이다.

나를 안내한 양조책임자 제롬 코송 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9∼11월엔 새벽녘에 안개가 피어나 소테른 구릉을 덮습니다. 곰팡이는 그 습기를 먹고 번지는데 그 시기가 수확기와 딱 떨어집니다.” 소테른 와인의 포도품종(청포도)은 세 가지. 세미용과 소비뇽블랑, 그리고 약간의 뮈스카델이다.

와인투어리즘의 핵심은 샤토에서의 하룻밤이다. 물론 그 샤토의 와인을 곁들인 식사가 포함된다. 코송 씨는 2년 전 새로 단장한 샤토의 객실과 식당으로 안내했다. 17세기 건물 샤토 다르슈는 규모는 작아도 실내는 놀라우리만큼 현대식이었다. 빨간색으로 치장된 2층 침실에서는 창을 통해 초록빛 포도밭이 한 눈에 들어왔다. 또 욕실에서는 소테른의 강렬한 햇빛이 새하얀 욕조와 타월에 부딪쳐 소리 없이 부서지고 있었다.

프랑스 보르도=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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