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또 하나의 기적’ 이루다

  • 입력 2009년 7월 9일 03시 00분


쌍용건설이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에서 짓는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한쪽 건물이 최대 52도까지 기울어져 ‘21세기판 피사의 사탑’으로 불린다(위쪽). 8일 현장에서 열린 상량식에서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오른쪽), 발주처인 미국 샌즈그룹 셸던 애덜슨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 등이 건물 모형에 모래를 붓고 있다. 사진 제공 쌍용건설
쌍용건설이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에서 짓는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한쪽 건물이 최대 52도까지 기울어져 ‘21세기판 피사의 사탑’으로 불린다(위쪽). 8일 현장에서 열린 상량식에서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오른쪽), 발주처인 미국 샌즈그룹 셸던 애덜슨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 등이 건물 모형에 모래를 붓고 있다. 사진 제공 쌍용건설
활처럼 휜 지상 200m높이 3개빌딩 상량식
쌍용건설, 최고난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 공사 성공
한쪽건물 최고 52도 기울어
착공전부터 전 세계 관심
하늘공원 조성 내년 초 완공
“어떤 공사도 문제 없다”

8일 오전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 지상 200m 높이의 콘크리트 벽은 마치 유연한 활처럼 휘어 있었다. 수직에 가까운 서쪽 건물과 최고 52도까지 기울어진 동쪽 건물 사이로 들어가 위를 올려다보니 두 건물이 만나는 지점이 아득했다. 현장의 가설 리프트를 타고 호텔 방이 만들어질 지상 55층에 올라섰다. 북쪽으로는 마리나 만과 싱가포르 고층 빌딩들의 스카이라인이, 남쪽으로는 인도양의 푸른 물결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날 열린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의 상량식 행사에서 발주처인 미국 샌즈그룹 셸던 애덜슨 회장은 앞자리에 앉아 있던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 등을 가리키며 “한국 쌍용건설은 승리의 팀”이라고 치켜세웠다. 최고 난도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 포스트텐션으로 21세기 기적 실현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은 ‘21세기의 기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난도가 높아 착공 전부터 성공 여부에 전 세계 건설업체들의 관심이 쏠렸다. 지상 200m의 3개 동이 모두 입(入)자 모양으로 설계돼 한쪽 건물이 최고 52도 기울어진 구조이기 때문. 이스라엘 출신의 미국 설계자 모셰 사프디는 파리 에펠탑,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처럼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건물을 만들어 달라는 싱가포르와 미 샌즈그룹의 요청으로 이런 건물을 설계했다.

하지만 설계자의 구상을 실제 건물로 구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입찰을 저울질하던 일부 업체들은 공사 도중 일어날지 모를 사고를 우려해 슬그머니 발을 뺐다. 쌍용건설은 ‘포스트텐션 공법’에서 해답을 찾았다. 주로 교량 시공에 쓰이는 포스트텐션 공법은 콘크리트 등 구조물 속에 철근 5배 강도의 강선을 넣어 건물이 쓰러지지 않도록 잡아당겨 주는 공법.

안국진 현장소장은 “강선이 건물을 당겨 주는 동시에 지상 23층에서 만나는 건물 윗부분의 하중이 아래쪽으로 골고루 나뉘도록 하는 게 성공의 관건이었다”고 설명했다.

○ “하루하루 기도하는 심정으로…”

쌍용건설은 내년 초 완공을 목표로 현재 2600개의 객실 마감 공사와 축구장 2배 크기인 하늘공원 조성 공사를 남겨두고 있다. 야외수영장, 전망대 등이 들어설 폭 38m, 길이 340m의 하늘공원은 보잉747 여객기 길이와 맞먹는 길이 70m 정도가 공중에 떠 있는 독특한 구조다. 이를 위해 쌍용건설은 길이 38∼75m, 무게 200∼700t의 철골 구조물을 지상에서 조립해 200m 위로 끌어올려 설치하는 고난도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착공된 뒤 하루하루 기도하는 심정일 정도로 어려운 공사였다”며 “세계 건설시장에서 한국 건설업계의 위상을 높였다는 것과 직원들이 이제 어떤 공사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마리나베이는 싱가포르 정부가 30년간 매립한 135만 m² 규모의 매립지. 싱가포르는 2015년까지 관광객 1700만 명을 유치할 목적으로 호텔, 카지노, 대형 쇼핑몰 등으로 이뤄진 연면적 60만 m²의 마리나베이 복합리조트 공사를 미 샌즈그룹과 진행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해외 건축물 수주 사상 최대 금액인 6억8600만 달러에 마리나베이샌즈호텔 공사를 수주한 데 이어 마리나해안고속도로, 지하철 공사 등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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