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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6월 2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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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거리시위가 중단된 가운데 고위층 간의 권력 투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28일 보도했다. 하지만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개혁파 중심 인물인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사실상 대선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혀 개혁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란에서는 20일 시위대 10명이 숨지는 유혈사태가 벌어진 이후 대규모 거리시위가 사라졌다. 미국 인권단체 ‘이란 인권을 위한 국제연대’는 13일 시위가 시작된 이후 이란 정부가 언론인과 교수, 학생 등 230여 명을 체포하며 개혁파 인사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고위층 간의 물밑 권력싸움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개혁파 중 최고위직 성직자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도전할 것인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가디언은 최고지도자 선출 및 해임 권한을 가진 이슬람 최고성직자회의의 수장인 라프산자니가 하메네이를 대신할 새 최고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해 이 회의 소속 86명의 성직자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라프산자니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가임시조정위원회가 27일 성명을 통해 ‘모든 대선 후보는 법적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하메네이의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고 밝힘으로써 라프산자니가 하메네이를 따르겠다는 뜻을 보였다”는 상반된 소식을 전했다.
보수파 내에서도 미묘한 권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보수파 정치인 중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라이벌로 알려진 알리 라리자니 의회 의장은 대선 이후 벌어진 폭력 사태를 조사하기 위해 의회 안에 별도 위원회를 설립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아마디네자드와 대치하고 있다. 모하마드 타키 메스바 야즈디 전 이란 사법부 대표는 보수파 성직자들과 혁명수비대의 지지를 기반으로 최고지도자 자리를 노리고 있다.
한편 선거 부정 의혹을 조사 중인 헌법수호위원회는 27일 야당 후보 측 인사들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투표함의 10%를 재검표하겠다고 밝혔지만 개혁파 후보인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와 메디 카루비 전 의회 의장은 이를 거부했다.
이란 정부는 28일 대선 이후 벌어진 항의시위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자국 주재 영국대사관의 이란인 직원 8명을 체포했다. 데이비드 밀리밴드 영국 외교장관은 이날 “이란 시위 사태에 영국대사관이 개입했다는 주장은 전적으로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이는 묵과할 수 없는 협박이자 괴롭힘”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는 영국이 내정간섭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양국의 외교관계를 낮은 수준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