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흑인 노숙소녀, 하버드 전액장학생 되다

  • 입력 2009년 6월 22일 02시 56분


노숙 티 안내려 몸단장… 12년간 12번 전학… “공부가 희망이었죠”
대학측 “이 학생 놓치면 제2의 미셸 오바마 잃는 것”

매일 오전 4시,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인 카디자 윌리엄스 양(18)은 머리를 단정하게 손질한다. 옷에서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나지 않는지 여러 번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친구들이 굳이 자신이 노숙인이라는 것을 알게 할 필요는 없으니까. ‘가난하고,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얼마나 놀림거리가 되는지 중고교를 거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하루에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몇 시간 걸려 통학하기에 오전 4시에 나가 오후 11시가 다 돼서야 돌아오지만, 그에게는 이조차도 ‘행복’에 속한다. 노숙인 어머니를 따라 최근 12년간 12번 학교를 옮겼기 때문에 초등학교는 다니는 둥 마는 둥 했다. 특히 6학년은 아예 다니지도 못했다. 창녀와 마약상이 통로를 메운 어두운 노숙인 숙소에서 살았던 그에게 공부는 유일한 해방구였고 희망이었다.

20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노숙인에서 하버드대 전액 장학생이 된 그를 크게 소개했다. 19일 열린 제퍼슨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윌리엄스 양은 우수성적 졸업생으로도 뽑혔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열네 살 미혼모로 윌리엄스 양을 낳았던 그의 어머니는 변변한 직업이 없어 항상 경제적으로 궁핍했다. 노숙인촌에서 사는 창녀와 포주들은 공부를 하는 윌리엄스 양을 보면 “여기는 하층사회야. 네가 어떻게 대학을 간다는 거냐?”라며 비웃기 일쑤였다. 그러나 윌리엄스 양의 어머니는 “넌 배우는 데 재능이 있어. 너는 오프라 윈프리(토크쇼로 유명한 흑인 여성)야!”라고 딸의 용기를 끊임없이 북돋아 주었다.

윌리엄스 양이 ‘공부의 힘’에 눈을 뜬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학교 성적이 상위 1% 안에 들자 학교 선생님은 윌리엄스 양을 영재반에 넣어줬다. 공부를 잘하는 윌리엄스 양에게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에는 수학문제를 물어보려는 친구가 많아졌다. 늘 불안했던 마음도 차츰 안정을 찾았다. 대학 진학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교육 분야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희망도 생겼다.

그는 봉사단체의 상담자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각 대학에서 여는 여름학기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기 시작했다. 컴퓨터를 어떻게 쓰는지도 배웠고,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되는지도 알아봤다. 목표를 향한 그의 열정에 감명 받은 하버드대 줄리 힐든 입학사정관은 학교에 “이 학생을 뽑지 않으면, 우리는 제2의 미셸 오바마를 잃는 것”이라며 적극 추천했다.

윌리엄스 양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내가 노숙인이라는 사실이 (공부를 하지 않는) 좋은 핑곗거리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이런 힘든 상황이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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