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알카에다 간부 대거 예멘 잠입”

  • 입력 2009년 6월 17일 03시 00분


예멘에서 납치된 인질 일부가 피살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서방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테러조직 알카에다 세력이 이곳을 거점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16일 실종된 독일인 7명 중 여성 2명이 사망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당초 간호사로 알려졌으나 해외선교를 독려하는 신학교(브라케성경학교)의 자선활동 실습 과정 일환으로 예멘을 찾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5명에 대해 독일 정부 관계자는 “여전히 실종상태”라고 했지만 “무장 폭력 범죄자들 수중에 있는 것은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예멘 관영 사바 뉴스통신사를 인용해 “실종 9명 중 6명은 생존해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인 여성 엄영선 씨(34)와 독일인 여성 2명 등 시신 3구가 최초로 발견된 알자우프 지역은 알카에다 근거지다. 시신이 절단되는 등 잔혹성에 비춰볼 때 알카에다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테러전문가들은 전한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알카에다가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추가 사망 소식에 대비해야 한다”는 독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알카에다 간부들이 최근 예멘으로 근거지를 옮기는 현상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방첩 및 안보 연구센터 댄 멀베나 씨도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서 지하드(성전) 활동을 하다 돌아온 예멘인들이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알카에다가 지난 몇 년간 예멘 내 사우디아라비아 국경 지역 부족들과 규합하면서 군사적 거점을 확보해 왔다”고 보도했다. 1월에는 예멘과 사우디 지역의 세력을 합병해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를 조직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사다 지역에 위치한 미국대사관을 공격해 16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미군이 파키스탄 스와트 계곡에서 탈레반과 알카에다를 상대로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펼친 이후에는 더 많은 세력이 예멘과 소말리아 등지로 숨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알카에다는 1월 사우디아라비아 지부와 예멘 지부를 하나로 통합해 예멘 출신인 나세르 알와하이시를 지도자로 임명, 재정비를 한 뒤 ‘성전(聖戰)’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AP통신은 이번 사건이 알카에다가 예멘 내 본거지 확보를 기도하면서 친미 성향의 정부에 혼란과 타격을 주기 위해 잔인하고도 무차별적인 테러에 본격적으로 돌입했음을 천명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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