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남’을 찾지말고 만드시오!

  • 입력 2009년 6월 10일 15시 39분


결혼 20년차가 다 된 부부가 다정한 것도 주목을 받는 세상이다. 결혼 18년 차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부부가 지난달 말 맨해튼에서 뮤지컬을 관람한 뉴욕 데이트나 6일 유럽 순방 중 짬을 내어 즐긴 파리 데이트를 세계 언론들이 앞 다퉈 보도했을 정도다. 미국의 언론들은 오바마 부부가 특히 화목한 가족에서 자라지 못한 많은 흑인들에게 부부관계에 대한 새로운 역할 모델을 보여준다고 평하고 있다.

미국 웹진 '슬레이트'는 8일(현지시간)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를 미혼 여성, 특히 흑인 미혼 여성의 롤 모델로 제시한 기사 '미혼 여성들이 미셸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을 게재했다.

명문 대학을 나와 성공 가도를 달리는 흑인 여성들은 오바마 대통령처럼 명석하고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아름다운 미소를 지닌 남자 친구를 만나고 싶어 한다. 미셸 여사는 어떻게 그렇게 완벽한 짝을 찾았을까 현기증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미셸 여사가 오바마 대통령을 처음 만났던 순간에도 그가 지금처럼 '매력남'이었을까?

미셸 여사는 시카고의 로펌 '시들리 오스틴'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1991년 인턴으로 들어온 오바마 대통령과 처음 만났다. 미셸 여사는 "직장에서 슈트를 입은 흑인 남자를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그날은 기억에 남았다"고 회고했지만, 다소 찌그러진 큰 귀를 가진 데다 '버락'이라는 우스운 이름을 가진 오바마 대통령은 그다지 이상적인 남성상은 아니었다. 미셸 여사는 여름 내내 실무를 가르쳐주고 옷 입는 법을 조언하거나 로펌의 중요 인사들을 소개해주는 등 멘토 역할을 했고 이 과정에서 사랑이 싹텄다.

미국 내 일부 통계들에 따르면 흑인 여성은 백인 여성보다 적당한 짝을 만나기가 어렵다. 흑인 남성의 3분의 1만이 대학에 등록하지만 흑인 여성은 이들의 2배다. 결혼 경험이 없는 흑인 여성은 45%로 백인 여성 (23%)의 2배에 이른다. 흑인 여성이 어느 정도의 학문적, 직업적 성취를 이룬 흑인 남성과 결혼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이 기사는 전문직 흑인여성들에게 미셸 여사처럼 좀 더 현실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적이면서도 세상 물정에 밝고, 멋있지만 거만하지 않고, 패션 감각이 뛰어나지만 너무 여자같지도 않은, 말 그대로 완벽한 남자"는 없기 때문이다.

지식인은 실리적이지 않을 수 있고 예술가는 엉뚱한 면이 있을 수 있으며 야심가는 사교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미셸 여사가 오바마 대통령과 데이트를 결심했을 때 우스꽝스러운 외모보다는 선한 마음, 커다란 귀보다는 따뜻한 미소에 주목했던 것처럼 말이다.

기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상적인 흑인 왕자님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며 "흑인 여성들은 비슷한 배경을 가진 흑인 남성과 교제하려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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