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사태 주역 구출 작전명은 ‘참새작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6월 6일 02시 56분



홍콩비밀 조직 20년만에 공개

우얼카이시 등 133명 탈출


반체제 인사들을 국외로 빼돌리는 작전은 위험했다. 미행을 수없이 따돌렸고, 거친 바다에서 총싸움도 벌어졌다.

1989년 6월 4일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중국 정부의 탄압을 피해서 많은 반체제 인사들은 각자 살길을 도모해 국외로 망명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를 해외로 탈출시킨 홍콩의 비밀 조직과 그 활약상이 최근 밝혀졌다. 꼭 20년 만이다.

홍콩 야저우저우칸(亞洲週刊)은 최신호(14일자)에서 톈안먼 사태 주역 중 하나인 위구르족 학생 대표 우얼카이시(吾爾開希) 씨 등 반체제 인사 133명을 구출한 ‘참새작전(黃雀行動)’을 소개했다.

행동대장을 맡아 밀수선을 타고 대륙과 홍콩을 넘나든 천다정(陳達鉦) 씨는 원래 평범한 시민이었다. 그는 톈안먼 시위 진압 소식에 혼자서 머리를 삭발할 정도로 분노한다. 천 씨 등 4명이 수배자들을 구하자고 의기투합하면서 조직은 구성된다. 이들은 톈안먼 시위 당시 홍콩 시민이 조직한 ‘지원 애국민주운동 연합회(지연회)’ 등의 도움을 받아 작전을 전개했다. 지연회 쪽에서 탈출을 원하는 반체제 인사들의 연락과 망명 이후 생활 등을 책임졌다. 대륙에 들어가 수배자를 구출해 나오는 임무는 이들 몫이었다.

작전은 치밀했다. 미리 사진 한 장을 둘로 찢어 수배자에게 한쪽을 보냈고 접선장소에서 사진을 맞춰보고 신원을 서로 확인했다. 접선에 성공하면 홍콩이나 중국 마피아의 밀수선 등을 활용해 홍콩으로 밀항했다. 또 여권을 위조해 국경을 넘기도 했다. 이런 활동은 1989년 하반기에 주로 집중됐다. 또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전까지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희생도 컸다. 짙은 안개 속에 밀수선을 몰다 다른 배와 충돌하면서 밀수선 선원 2명이 숨지는 등 작전 중 모두 4명이 숨졌다. 이들을 돕던 마피아 두목은 중국 공안에 체포돼 마약밀수 등의 죄목으로 무기 징역을 선고받았다. 중국 정부 내 톈안먼 시위 동조 세력들이 결정적 도움을 준 경우도 있다. 톈안먼 사태로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 전 공산당 총서기의 아들 자오얼쥔(趙二君) 씨는 하이난(海南) 성에서 이들과 함께 위조 여권으로 국경을 넘다 체포됐다. 운 좋게도 자오쯔양 노선을 지지한 하이난 성 성장의 도움으로 풀려났다. 성장은 이후 체포돼 조사를 받고 쫓겨난다. 홍콩 정부도 은밀히 이들을 측면 지원했다고 천 씨는 전했다.

이 작전은 당초 ‘비밀통로’로 불리다 ‘사마귀(중국 정부)가 매미(수배자)를 잡아먹으려는데, 참새(홍콩 비밀조직)가 (채 가려고) 그 뒤에 있다(螳螂捕蟬雀在後)’는 중국 속담을 응용해 ‘참새작전’으로 이름을 바꿨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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