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6일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제2연방항소법원 판사(54)를 신임 대법관 후보로 지명하면서 공화당 등 보수진영이 곤경에 빠졌다. 공화당으로서는 소토마요르 후보가 보여 온 정치적 성향을 생각하면 당연히 반대해야 하지만 첫 히스패닉계 대법관 탄생이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카드가 좌절될 경우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히스패닉계는 미국 내에서 인구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유권자 집단이어서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공화당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야당으로 남아 있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하지만 강경파들은 소토마요르 후보의 이름이 발표되자마자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소토마요르는 극좌 성향 인물”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내세운 초당 정치는 단지 말뿐임이 드러났다”고 공격했다. 반면 일부 공화당 인사는 역사적인 지명에 공화당이 훼방을 놓는 모습을 보인다면 정치적으로 큰 부담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매슈 다우드 씨는 “공화당이 선거에서 민주당을 이기려면 최소한 40% 이상의 히스패닉계 유권자 지지를 얻어야 한다”며 “무모한 투쟁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소토마요르 후보를 지명하면서 밝힌 대법관 인선 기준에 관해서도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 달 가까이 심사숙고해 온 후보를 지명하면서 “장애 역경 고난 불행을 극복한 경험은 미국 대법원에 꼭 필요한 요소”라며 ‘삶의 경험’의 중요성을 특별히 언급했다. 대법관은 법률 지식뿐 아니라 추상적인 법을 21세기 미국의 현실에 맞게끔 풀어내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 그러나 보수진영에서는 “그러한 기준으로 선택된 대법관은 개인적 감정과 배경에 기초해 판결을 내리거나 특정 계층에 감정이입이 되는 폐해를 낳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