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황제들 비밀회동 왜?

  • 입력 2009년 5월 21일 23시 06분


지난 5일 오후 3시, 뉴욕시 록펠러대학 총장공관 앞에는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록펠러 가문의 후손인 데이비드 록펠러, 테드 터너 CNN창업자, 금융인 엘리 브로드와 피터 피터슨 등 억만장자 9명이었다.

이 9명이 이 날 5시간의 비밀회동을 가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20일 ABC방송이 보도했다. 각자 안면은 있는 사람들이지만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이들이 비공개 만찬을 가진 이유는 바로 '자선단체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모임이 알려지고 이 모임에서 어떤 내용이 나왔는지 추측이 난무하자, 빌 게이츠 운영하는 자선단체 빌앤드멀린다 재단 파트리샤 스톤시퍼 수석고문은 "박애주의에 헌신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힘을 합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논했다"고 설명했다. 참석자 중 한명인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사회에서 공적자금으로 할 수 없는 일을 개인 돈으로 할 수 있다"며 우회적으로 참가자들 간 '연대활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모임은 참석자들이 글로벌 경제의 미래와 박애주의의 과제, 엘리트의 역할에 대해 15분씩 연설하는 것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는 미국 교육문제에서부터 세계 보건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ABC방송은 "1907년 은행가들이 금융패닉을 막을 방법을 논의하던 '살롱'을 떠올리게 한다"고 소개했다.

이번 회동에 참석한 사람들은 각자 기부의 대가들. 이들이 1996년 이후 자선사업에 기부한 돈을 합치면 무려 700억 달러가 넘는다. 이들의 자산합계액이 1467억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내놓은 셈이다. 빌 게이츠가 아프리카 내 전염병 예방과 같은 보건사업에 주로 기부했다면, 테드 터너 CNN창업자는 유엔과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오프라 윈프리는 여성과 어린이 교육에 주로 기부했다. 이 때문에 미 언론들은 이들이 힘을 모아 공동연대를 발족시키면 엄청난 힘이 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자선활동을 주로 다루는 언론매체인 '크로니클 오브 필란트로피' 편집장 스테이시 파머는 "금융위기로 기부액이 확 줄어들면서 비영리 단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조만간 이들의 연대 활동에 대한 공식 메시지가 나오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노지현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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