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트밸리를 거쳐 부네르에 입성한 탈레반은 총과 칼 등으로 무장한 채 이슬람 통치를 알리는 방송을 내보내고 주요 도로에 검문소를 설치했다. 탈레반은 또 자신들의 율법대로 이발사에게 손님 수염을 깎지 말라고 경고하는 한편 상점에는 음반과 영상물을 팔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공포를 느낀 여성들은 대부분 집 밖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고 외출 시에는 신체 전신을 감싸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인구 100만 명이 거주하는 부네르는 파키스탄 북서부의 중심도시 페샤와르 다음으로 큰 도시인 마르단으로 연결되는 관문지역이다. 부네르 주민들은 이달 초만 해도 공격을 감행한 탈레반 반군에 맞서 싸우기도 했으나 파키스탄 정부가 스와트밸리의 이슬람율법 통치를 수용한 뒤 원로 설득에 따라 저항을 중단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덧붙였다. 이에 따라 탈레반이 향후 병력을 부네르에 집중 배치해 결국 마르단까지 점령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파키스탄 정부가 탈레반에 지나치게 양보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2일 의회에 출석해 “핵 보유국인 파키스탄 안보가 악화되는 것은 미국 안보뿐만 아니라 세계 안보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