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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23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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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국가 대신 세계경제 견인”
1873년에 시작돼 1890년대까지 미국 유럽을 휩쓴 장기 불황은 새로운 산업·금융 강자의 탄생을 촉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 1930년 대공황은 합성고무와 TV, 뉴딜정책을 세상에 알렸고 1990년대 정보기술(IT) 버블은 인터넷기업 구글을 잉태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최신호(5·6월호)는 “지난 역사는 위기 때마다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며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가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조망했다.
우선 미래에는 도시의 역할이 커지면서 도시국가가 번성했던 중세에 비견되는 신(新)중세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포린폴리시는 내다봤다. 현재도 40개 주요 도시 권역이 세계 경제활동의 3분의 2, 혁신의 90%를 각각 차지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더욱 강화돼 국가보다는 도시가 세계를 이끌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중세 때 독일 북부 연안과 발트 해 연안 도시들이 결성한 한자동맹처럼 독일 함부르크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의 도시들이 상업동맹을 맺을 수도 있다. 여기에 국부펀드와 민병 조직까지 갖추면 국가 못지않은 도시국가가 탄생한다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또 국가자본주의가 세계로 확산돼 자동차 등 정부 구제금융 지원을 받는 공산품이 과잉 생산될 것으로 예상됐다. 대공황 때 미국과 유럽이 지나치게 많은 농업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농산물 과잉시대가 열렸듯이 앞으로는 공산품 과잉생산이 문제로 떠오른다는 것.
한편 미국은 위기 이후 여전히 강자로 군림할 것이라고 이 잡지는 진단했다. 경기가 회복되면 중국 인도의 수요가 증가해 에너지 식품 원자재 가격이 오르게 되는데 공산품은 상대적으로 싸고 식품과 원자재가 상대적으로 비싼 구도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원이 풍부하고 농업 경쟁력이 뛰어난 미국은 대표적인 수혜국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가난한 대륙인 아프리카는 생산의욕을 꺾는 해외 원조 감소로 혁신 필요성이 강화돼 자체 산업이 발전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이 잡지는 물이 황금 같은 소중한 자원으로 떠오를 것이라며 이미 중국 일본 한국 등이 해외농지 투자를 통해 물 자원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