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맞은 터키 ‘중동 중재자’ 되나

  • 입력 2009년 4월 6일 02시 53분


3만 열광… 프라하 달군 오바마체코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가 5일 프라하에서 연설을 한 뒤 열광하는 3만여 명의 청중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프라하=EPA 연합뉴스
3만 열광… 프라하 달군 오바마
체코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가 5일 프라하에서 연설을 한 뒤 열광하는 3만여 명의 청중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프라하=EPA 연합뉴스
부시때 나빠졌던 대미관계 개선

오바마 “이슬람 터키도 EU 가입을”

아프간 평화의 고리 역할 주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터키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중동의 중재자’로서 터키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라크에서의 빠른 철군과 아프가니스탄의 안정을 추진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도 이라크 아프간 및 중동 국가들과 우호 관계를 맺고 있는 터키가 중재를 맡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터키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불편했던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숙원 사업인 유럽연합(EU) 가입에 미 정부가 힘을 보태주기를 바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5일 저녁(한국 시간 6일 오전) 터키 앙카라에 도착한 뒤 6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 및 압둘라 귈 대통령과 정상회동을 한 뒤 의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미 대통령이 터키 의회에서 연설하는 것은 1999년 빌 클린턴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터키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묘를 참배하기로 한 것도 양국의 우호적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7일에는 유엔 주최로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문명과의 대화’ 포럼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해 1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첫 포럼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포럼에서는 EU 및 이슬람회의기구(OIC) 소속 국가를 중심으로 정부 및 시민단체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해 서구 사회와 이슬람 간 화해 등을 주제로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터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영국이 이끈 연합군에 가담했으며, 미국은 옛 소련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1947년부터 터키에 군사·경제적 지원을 하는 등 양국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터키는 중동-유럽-중앙아시아와 접해 있어 미국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지정학적 요충지이며, 인구의 99.8%가 이슬람 신자이지만 민주주의 체제가 정착돼 있다. 그러나 2003년 3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당시 ‘이라크를 공격할 수 있도록 터키 영토를 빌려 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한 이후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미국과 불편한 관계였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그는 지난달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터키에 보내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등 부시 전 대통령보다 훨씬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5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EU 정상들과의 회의에서 “미국과 유럽은 이슬람을 친구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터키를 조속히 EU에 가입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은 서구사회와 중동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터키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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