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트너 “1조달러 美은행 부실자산 民官 공동매입”

  • 입력 2009년 3월 25일 02시 57분


공화 “결국 납세자 부담”

채권왕 “기꺼이 나설 것”

‘독성자산(toxic asset)’으로 불리는 은행의 부실자산에 대한 미국 정부의 매입방안이 23일 베일을 벗었다. 은행권의 부실자산은 그동안 거래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금융위기 해결을 막는 주범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정부가 민간 부문과 함께 최대 1조 달러에 이르는 부실자산 매입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했다.

부실자산 인수는 경매입찰 방식으로 이뤄지며 입찰 마감시한은 다음 달 10일이다. 낙찰자는 5월 1일까지 통보될 예정이다.

정부는 750억∼1000억 달러의 정부 자금을 출연해 ‘공공 및 민간투자프로그램(PPIP)’을 출범시킨 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자본을 유치하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가 납세자의 돈으로 금융회사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등 홀로 부담을 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민간투자자를 끌어들인 점이 특징.

따라서 이번 계획의 성패는 민간부문이 부실자산 매입에 따른 위험을 감수한 채 얼마나 많은 투자에 나설지에 달려 있다.

매입한 부실자산 가격이 나중에 오르면 정부와 함께 수익을 나눠가지지만 가격이 떨어지거나 여전히 휴지조각 같은 상태가 지속될 경우에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부실자산 입찰에서 어쨌든 나은 가격을 받으려는 은행과 싸게 매입하려는 투자펀드가 적정 가격에 합의하지 못하면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민간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부실자산매입자금 지원 등 많은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이번 프로그램은 은행의 손실에 관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한편 위기를 신속하고 효과적이면서도 최소한의 납세자 비용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화당 하원 원내부대표 에릭 캔터 의원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민간부문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인센티브 비용이 납세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인데도 이를 교묘하게 감추는 야바위 놀음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채권왕’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는 “이 프로그램은 ‘윈-윈-윈 전략’으로, 우리는 기꺼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497.48포인트(6.84%)나 급등한 7,775.86을 기록했다. 이날 상승폭은 552.59포인트 폭등한 작년 11월 13일 이후 4개월여 만의 최대치다. 2월 10일 가이트너 장관이 은행구제계획을 내놓았을 때 다우지수가 380포인트 하락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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