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RB ‘최후의 칼’ 빼들었다

  • 입력 2009년 3월 20일 03시 00분


국채 3000억달러 매입 등 총 1조1500억달러 추가 공급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8일 3000억 달러 규모의 장기국채 매입 등 금융시장에 추가로 총 1조150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에 달러를 공급해 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신용경색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양적 완화’ 정책을 본격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FRB는 이날 금리결정기구인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지난해 12월에 결정한 현행 0∼0.25%로 동결해 사실상의 ‘제로 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재할인금리도 현행 0.5%를 유지했다.

특히 FRB는 앞으로 6개월에 걸쳐 3000억 달러 규모의 장기국채를 매입하기로 했다. 매입 대상은 만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국채다.

이와 함께 모기지 대출과 주택시장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7500억 달러에 달하는 모기지 담보증권(MBS)을 추가로 매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MBS 매입규모는 총 1조2500억 달러로 늘어났다.

또 올해 정부가 보증하는 연방 기관채 매입을 최대 1000억 달러로 늘려 총 2000억 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날 FRB의 장기물 국채 매입 결정은 FRB가 국채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공급함으로써 각종 시장 금리를 인하하고 ‘돈맥 경화’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연방기금금리가 사실상 ‘제로’이므로 금리를 조절해 시장을 움직일 수 없는 만큼 시장에 직접 돈을 뿌리겠다는 것이다.

FRB는 그동안 공식적으로 금리 인하와 신용경색 해소를 위해 국채 매입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최근 신용경색 현상이 다소 완화되면서 실제 국채 매입 단행 시기는 늦춰지거나 최후 수단으로 남겨둘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FRB는 “1월 이후 경기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수축을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공격적인 시장 조치 단행 이유를 밝혔다.

FRB의 예상 밖 결정에 따라 미 국채 가격이 21년여 만에 최대폭으로 급등(국채 수익률은 하락)했고 달러는 8년여 만에 최대폭으로 급락했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은 0.5%포인트나 떨어진 2.52%를 기록했다. 이런 낙폭은 주가가 폭락했던 1987년 10월 이후 최대치다.

달러화 가치는 급락했다. 이날 오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 환율은 유로당 1.3498달러까지 올라 3.6%나 급등(달러 가치 하락)하면서 2000년 9월 이후 8년 6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엔-달러 환율도 96.28엔으로 2.4% 떨어졌다.

한편 FRB는 이례적으로 낮은 금리수준을 ‘상당 기간(extended period)’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에 부합되는 수준을 당분간 밑돌 것”이라며 저금리 기조 유지 이유를 밝혔다.

특히 FRB는 성명서에서 ‘경기가 올해 하반기에 회복될 것’이라는 이전의 낙관적인 표현을 삭제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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