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경제뉴스만 보도한다? 현실 전달 신문의 의무입니다”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NYT, 독자 투고 잇따르자 반박 글 게재

‘어두운 경제뉴스만 보도한다고요? 죄송하지만 그건 경제가 실제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신문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최근 암울한 경제기사들이 지면을 주로 차지하면서 ‘신문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비난성 독자투고가 잇따르자 뉴욕타임스가 15일 이에 대해 항변하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이 신문은 이날 여론면 담당편집인 클라크 호이트의 칼럼을 통해 최근 신문 1면 머리기사로 게재된 우울한 뉴스와 독자들의 반응을 전한 뒤 경제담당 에디터와 기자, 칼럼니스트들의 코멘트를 엮어 ‘신문은 현실을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신문은 최근 ‘어려운 경제사정 때문에 집을 잃어 모텔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암울한 경제전망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주택시장 전망이 더 어두워졌다’는 등 어두운 기사를 잇달아 보도했다. 지난달 말에는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사용을 꺼려온 용어인 ‘불황(Depression)’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자 독자들이 ‘언론이 나쁜 소식들을 주로 전해 현실을 과장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신뢰를 상실시키고 경기침체를 장기화시키고 있다’ ‘신문도 읽고 싶지 않고 방송 뉴스도 보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보내고 있다고 이 신문은 밝혔다. 일부 독자는 “‘경기침체는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돈을 쓰라’는 기사를 써 달라”고 요구하기까지 한다는 것.

이에 대해 호이트 편집인은 “신문의 책임은 독자들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뉴스가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를 떠나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래리 잉그래시아 경제면 편집인의 말을 전하면서 “나쁜 소식이라도 이를 그대로 직시하는 것이 신문의 의무다”라고 주장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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