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쓴소리’ 美국가정보위장 지명자 사퇴

  • 입력 2009년 3월 13일 02시 58분


프리먼 “로비스트들이 모함”

미국 공직사회에서 친(親)이스라엘 로비단체에 찍히면 끝?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던 찰스 프리먼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위원장 지명자(사진)가 10일 전격 사퇴하면서 유대계 로비단체가 미국 외교정책에 과도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2일 보도했다.

프리먼 씨는 11일 “내 과거를 왜곡하는 e메일을 확인해 본 결과 친이스라엘 로비스트들이 주도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앞으로 미국은 이스라엘 정치권이 반대하는 중동정책은 논의조차 못할 것”이라며 이스라엘 로비단체를 정조준했다.

그는 “이 로비단체의 목표는 그들과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의 공직 진출을 원천봉쇄해 정책결정 과정을 통제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NIC는 국제 이슈에 대한 미 정보기관들의 공식평가를 총지휘하는 곳. 프리먼 씨는 주사우디아라비아 미국대사를 지낸 베테랑 외교관. 그런데 사우디가 일부 자금을 지원하는 ‘중동정책위원회’ 회장을 지낸 것과 과거 이스라엘에 했던 비판적인 발언이 논란이 됐다.

워싱턴 정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친이스라엘 로비그룹 AIPAC의 고위간부를 지낸 스티브 로젠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프리먼은 옛 아랍주의 노선을 교과서적으로 따르는 인물로 사우디 외교부에서나 기대할 수 있는 중동관을 지녔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로비단체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프리먼이 2005년에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탄압이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의 톈안먼 사태 유혈진압을 용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등 ‘폭로’가 이어졌다.

찰스 슈머 상원의원(뉴욕 주) 등 유력 정치인들도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프리먼 씨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프리먼 씨가 이스라엘 로비단체를 공개 비판하면서 이스라엘 로비단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타임의 조 클라인 칼럼니스트는 프리먼 씨를 ‘로비가 아닌 폭도의 희생양’으로 표현하면서 “폭도는 주로 유대계 신보수주의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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