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달러짜리 DVD세트가 정상 선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11일 03시 04분



지난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주고받은 선물 목록이 알려지면서 ‘오바마 정부의 아마추어리즘’ 논란이 일고 있다.

백악관 발표문과 폭스뉴스 등의 취재에 따르면 브라운 총리는 △19세기 말 아프리카 노예들을 구조하는 임무를 수행했던 영국 해군함정 HMS 가넷의 오크목재로 만든 펜 받침대 △침몰위기에서 미국에 구조돼 미-영 친선의 상징이 된 영국 함정 HMS 레졸루트의 취역 명령서가 든 액자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7권짜리 자서전 초판본 등을 가져왔다. 정성과 상징성이 가득한 선물들이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이 준 선물은 미국 영화 DVD 컬렉션뿐이었다. ET 등 익숙한 영화 25편. 정확한 구매 경위와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부 언론들은 백악관 직원이 시내 음반판매점에서 29달러를 주고 사왔다고 냉소적으로 전했다. 점입가경으로 “DVD는 나라마다 플레이어 코드가 달라서 영국 총리에겐 무용지물일 것”이란 촌평도 나왔다.

폭스뉴스는 “수많은 영국 젊은이가 미국을 도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를 흘려왔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영국 정부에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주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러시아 외교장관에게 양국 관계를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의미로 선물한 ‘리셋’(reset·재설정) 버튼 상자의 ‘리셋’을 뜻하는 러시아어 표기가 엉터리였던 데 이어 소홀한 의전 논란이 불거진 것. 이와 관련해 ‘모든 외교 상대국을 차별 없이 실무적으로 대하겠다는 일부 경험없는 참모의 발상이 잇따른 실수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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