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V자형 경기회복 기대 가물가물

  • 입력 2009년 3월 3일 02시 57분


장기불황 전망 확산

루비니 “U 또는 L자”

미국의 작년 4분기(10∼12월) 국내총생산(GDP)이 6.2%나 줄어든 것으로 발표되면서 올해 하반기 회복이 기대됐던 미국 경제가 장기불황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일 경제 전문가들에게 “경기침체가 언제쯤 끝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이들의 의견을 실었다.

‘닥터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그동안 경기침체가 8개월 지속된다는 ‘V자형’ 주장과 최소한 24개월 이상 지속된다는 ‘U자형’ 주장 간 논란이 있었지만 이제 경제가 U자형으로 가고 있음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침체가 올해 말까지 이어지면서 대공황 이후 최장 기간인 24개월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루비니 교수는 내년에 GDP가 증가세로 돌아선다고 해도 성장률이 1%를 넘지 못하고 실업률도 10%에 육박하는 만큼 실질적으로는 침체가 지속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적절한 정책이 집행되지 않으면 상황은 더 악화돼 U자형 경기회복 모델이 L자형의 불황(Depression)이나 일본이 1990년대에 경험한 ‘스태그 디플레이션(경기침체+자산가치 및 물가 하락)’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닐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대공황(Great Depression)’ 대신 ‘대침체(Great Recession)’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우리가 현재 이런 ‘대침체’ 속에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두 분기 연속 GDP가 감소했지만 2년 연속 감소하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지 않으며, 이후 2년간 미미한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성장 재개의 첫 신호가 보일 때 미 경기침체의 종료를 선언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것이라며 ‘잘못된 새벽(False Dawn)’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경기의 급격한 하락으로 올 하반기에는 수치상의 반등이 나타날 수도 있고 경기부양책에 따른 재정지출 확대의 효과로 상승세가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를 경기침체가 끝난 것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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