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행 “국유화 없다”…의회-전문가 “필요할 수도”

  • 입력 2009년 2월 23일 02시 54분


꺼지지않는 국유화 논란

미국 정부가 주요 은행을 국유화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파문을 불러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국유화 가능성을 일축하고 나섰지만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국유화 소문으로 씨티은행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주가가 20일 급락하자 “정부는 민간 금융시스템이 올바른 길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미국 언론이 전하는 백악관 핵심층의 분위기는 국유화 가능성을 강력히 배제하는 쪽이다. 국유화는 금융위기를 연장하거나 악화시킬 뿐이며, 정부가 은행을 관리할 능력도 충분치 않다는 게 백악관의 생각이란 것.

BoA의 켄 루이스 최고경영자(CEO)도 21일 직원에게 보낸 메모에서 “강력한 수준의 자본과 유동성을 가진 우리 같은 은행이 국유화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가와 일부 전문가 그룹에선 국유화론이 계속 나오고 있다.

상원 금융위원회 크리스토퍼 도드 위원장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단기간이나마 결국은 국유화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도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100년에 한 번 할 그런 일이겠지만, 신속하고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위해 은행을 한시적으로 국유화하는 게 필요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은행의 아킬레스건은 ‘예금’이라며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하면 정부가 국유화 등의 극단적인 처방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씨티그룹은 예금인출 징후는 전혀 없다고 밝혔으며, BoA도 예금 잔액이 올 들어 현저히 올라갔다고 밝혔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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