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때 잃은 남편 생일모임에 가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美여객기 추락 희생 에커트 씨 안타까운 사연

공항 8km 남기고 눈발-짙은 안개에 추락한듯


12일 베벌리 에커트 씨(58·여·사진)는 미국 뉴저지 주 뉴어크공항을 출발해 뉴욕 주 버펄로로 향하는 콘티넨털항공 3407기에 몸을 실었다.

그녀에게 이번 토요일(14일)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2001년 9·11테러로 허망하게 떠난 동갑내기 남편 션 루니의 58번째 생일이기 때문이다. 버펄로 토박이였던 남편의 친구들과 친지들은 루니를 추모하는 파티를 열 예정이었다.

사실 그녀가 버펄로를 찾은 이유는 또 있었다. 버펄로에 있는 캐니셔스 고등학교에서 남편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루니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 학교 졸업생이었던 둘은 서로에게 ‘첫사랑’이었다.

지난 7년간 유족 자격으로 워싱턴 의사당 등 미 전역을 다니면서 많은 공청회에 참석하며 남편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14일 모교 후배들 앞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착륙 사인이 켜지고 ‘5분 뒤 도착하니 좌석벨트를 확인하라’는 기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오후 10시 20분, 비행기가 갑자기 급강하하더니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이 항공기는 목적지인 버펄로 나이아가라 공항을 불과 8km 남긴 지점에서 주택가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과 승무원 총 49명 및 주택 안에 있던 1명 등 모두 50명이 사망했다고 AP통신이 13일 전했다.

사고 항공기의 기장은 추락 직전까지 별다른 보고를 하지 않은 채 비행고도를 2300피트(약 700m)로 유지해야 하는지만 문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후 두 차례의 호출에도 대답이 없자, 관제탑은 근처를 지나가던 델타항공 소속 여객기를 호출해 문제의 비행기가 보이는지 물었지만 이미 사고 항공기는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사고 당시에는 눈발이 날리고 안개가 짙은 날씨였다. 시속 27km의 바람이 불고 있어 악천후로 인한 추락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토안보부는 이날 “테러 관련성은 없으며, 항공안전사고”라고 밝혔다.

사고 직후 화염이 거세게 솟구쳤고, 소방 당국이 진화작업에 나섰으며 사고 지점 인근 12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긴급 대피했다. 주민 밥 드보락 씨는 “하늘이 온통 오렌지 빛으로 물들었다”며 “갑작스러운 폭발로 집이 흔들릴 정도였다”고 전했다.

사고 항공기는 총 74명이 탑승할 수 있는 ‘봉바르디에 대시 Q400’ 모델로 쌍발 터보 프롭 소형 항공기였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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