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부유층 ‘짠돌이’소비… 중저가 슈퍼에 북적

  • 입력 2009년 2월 13일 03시 03분


불황은 소비패턴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아사히신문은 12일 일본 부유층 사이에서도 저가 슈퍼마켓을 이용하는 소비패턴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東京) 세타가야(世田谷) 구의 교외형 저가슈퍼 오케이스토어 주차장 입구에는 벤츠, 아우디, BMW 등 고급차들이 늘어선 풍경이 흔해졌다.

이들은 휴지 세제 쓰레기봉투 등 어디에서 사도 품질이 비슷한 공산품을 저가에 대량 구매해 트렁크에 싣고 귀가한다. 오케이스토어에서 이런 제품을 대량구매하면 가격이 시중 슈퍼나 편의점보다 30∼50% 싸다.

벤츠를 탄 고객은 “지난해 가을까지는 월 2, 3회 지인들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지만 요즘은 가자고 하는 사람이 없다”며 “수입이 줄어든 것도 아닌데,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에 맞춰 소비를 자제하고 있다”고 말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51개 점포가 있는 오케이스토어는 요즘 매출액이 크게 증가했다. 담당자는 “고소득 계층도 이제는 저가 슈퍼마켓에서 같은 상품을 절반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부유층은 자신들이 의미를 부여하거나 관심을 가진 물품은 전문점 등에서 비싼 가격을 주고 구입하는 등 품목에 따라 구매방식을 달리하고 있다.

오케이스토어에 인접한 전문상점가에서는 의류나 잡화 등 매출은 전반적으로 줄었지만 친환경방식으로 재배된 면으로 만든 의류는 잘 팔리고 있다. 엄격한 노동조건을 준수한 개발도상국 공장에서 생산돼 ‘공정무역상품’으로 분류된 제품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잘 팔린다.

집에서는 해먹기가 쉽지 않은 나베(일본식 찌개) 요리를 파는 가게도 지난해 가을 이후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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