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유럽도 경제위기 몸살…佛-獨-그리스 잇단 파업

  • 입력 2009년 2월 4일 16시 49분


(박제균 앵커) 경제 위기가 깊어가면서 프랑스 독일 그리스 등 유럽 국가들이 대규모 파업 및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송평인 특파원을 연결하겠습니다. 프랑스에서 최근 3년만에 가장 큰 규모의 파업이 있었다면서요.

(송평인)네 그렇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29일 파리 등 전국 80여개 도시에서 대규모 파업이 있었습니다. 경찰 집계로도 100만명 이상이 참가한 파업으로 2006년 최초고용계약법에 반대한 파업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합니다. 철도 지하철 버스 항공 등 교통수단 외에도 우체국, 전화국, 학교, 병원, 전기공사, 가스공사, 공영방송, 법원 등이 연대해 파업을 벌여 공공 서비스 기능이 상당 부분 마비됐습니다. 저도 이날 집으로 배달되는 신문들과 우편물을 받아볼 수 없었고 뉴스를 듣기 위해 라디오 방송을 켰으나 음악 외에는 들을 수 없어 불편을 겪었습니다.

(김현수 앵커) 파업 시위 도중 과격 폭력 양상은 없었나요?

(송평인) 지난달 29일 오후 파리 도심에서 벌어진 시위는 막판에 과격 폭력 양상을 보였습니다. 20대 초반의 일부 시위대가 거리행진 도중에 병과 돌을 던지고 불을 질렀으며, 이에 맞서 경찰은 곤봉을 휘두르며 저지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언론은 이날을 '검은 목요일'로 명명하고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발한 이후 선진국에서 일어난 첫 번째 항의 시위로 기록했습니다. 다행히 하루로 파업이 끝나 더 이상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노동계는 파업을 마친 뒤 근로자의 임금과 고용을 보장하는 정부의 후속 대책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추가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박 앵커) 정부의 대응은 어땠습니까?

(송평인) 주목할 것은 그동안 파업에 강경 대응해왔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태도가 전과 달리 부드러워졌다는 겁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파업과 시위에 대해 "전례 없는 규모의 글로벌 경제위기가 프랑스에도 엄습해 국민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파업을 2007년 철도원의 개혁 저지 파업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본 것입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번 파업에 대한 응답으로 5일 TV에 출연해 "국민의 고통과 불안을 깊이 느끼고 있다"는 요지의 대국민 연설을 할 계획입니다. 또 다음달 노동계와 사용자 측 대표를 초청한 가운데 노사정 회의도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김 앵커)조용하던 독일도 들썩거린다는데 어떻습니까.

(송평인) 프랑스처럼 경제 위기에 대한 정부 대응을 쟁점으로 삼은 파업은 아닙니다만, 주요 기업에서 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파업이 있었습니다. 독일 국적항공사인 루프트한자 항공 승무원 노조와 국영 철도회사인 도이체 반 노조가 각각 지난달 28일과 29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경고 파업을 했습니다. 다행히 도이체 반은 회사와 노조가 지난달 31일 임금협상을 타결돼 교통 대란을 피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루프트한자는 임금 타결 시까지 앞으로도 몇 차례 경고 파업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박 앵커)그리스에서는 한 달간 계속된 반정부 시위에 이어 이번에는 농민들의 시위로 시끄럽다면서요.

(송평인)그렇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농산물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수천명의 농민들이 트럭과 트랙터 등을 앞세워 그리스 중북부 지역의 고속도로 60곳과 불가리아, 터키,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등 4개 인접국과의 국경을 봉쇄한 채 정부 보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2주일간 벌였습니다. 2, 3일에는 크레타 섬에서 야간 페리를 타고 도착한 뒤 트럭과 트랙터를 몰고 수도 아테네로 진입하려던 2000여명의 농민을 경찰이 최루가스를 쏘며 저지하는 과정에서 사회당 의원 등 2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김 앵커) 선진국 클럽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에서 왜 그렇게 파업과 시위가 심각한 겁니까?

(송평인) 경제위기가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프랑스는 지난해 12월에만 4만5000명의 실업자가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프랑스의 실업률은 현재 8%에 이르고 있는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 수치가 올해 말에는 9.8%, 내년에는 10.6%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에서는 경제위기로 사회 각 부문의 지원 요구가 분출하고 있는데 정부가 일일이 각 부문의 요구를 다 들어줄 여력이 없는 형편입니다. 독일 기업도 지난해 급격한 수익 악화로 노조와 협상하는데 어려움이 커졌습니다. 경제위기의 여파는 유럽 각국이 다 비슷한 상황이어서 올해는 유럽이 1년 내내 파업과 시위로 몸살을 앓을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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