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벌써 부시가 그리워’

  • 입력 2009년 1월 24일 02시 56분


관타나모 수감자 인도 요청에 美 “학대 가능성 있어 못보내”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이 처음부터 삐걱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2일 미국 측에 “쿠바 관타나모 기지 내에 수감돼 있는 중국인들의 신병을 중국에 인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관타나모 기지 내 테러용의자 수감 시설을 폐쇄한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관타나모에 있는) 중국인들은 모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이라는 테러단체의 일원”이라고 밝혔다.

장 대변인은 또 유럽 일부 국가가 관타나모 기지 내 중국인 수감자들의 자국 내 정착을 고려하고 있는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그 어떤 국가도 중국인 수감자를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이들은 빨리 중국에 송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의 요구에 오바마 행정부의 한 관리는 “우리는 수감자를 돌려보내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특히 “돌려보내는 수감자를 ‘학대’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에는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중국의 반발을 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송환을 요구한 ‘관타나모 내 중국인들’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서 무기 관련 훈련을 받은 혐의로 2001년 붙잡힌 신장(新疆) 위구르족이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불과 이틀 만에 양국이 뚜렷한 이견을 나타내 앞으로 인권 무역적자 대만 문제 등 현안에서 양국 간 관계 진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 관영 영자지인 차이나데일리는 21일자 사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과의 단절에 많은 지지를 받고 있어 중-미 관계를 소홀히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 사설은 이어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 설정은 쉽지 않은데 부시 행정부가 이를 해냈다”고 높이 평가하며 “양국 간 경제전략대화도 최근 열린 5번째의 대화가 마지막인지, 앞으로도 계속할 것인지 답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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