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열차표 구하던 中민심 뿔났다

  • 입력 2009년 1월 17일 02시 58분


15일 중국 장쑤 성 난징 기차역에서 한 승객이 창문으로 고향 가는 열차에 오르고 있다. 난징=로이터 연합뉴스
15일 중국 장쑤 성 난징 기차역에서 한 승객이 창문으로 고향 가는 열차에 오르고 있다. 난징=로이터 연합뉴스
암표 극성속 표빼돌리는 역무원 사진 인터넷 확산

춘제(春節·중국 설날)를 앞두고 열차표 구입을 둘러싼 귀성객 불만이 확산되면서 중국 지도부가 조마조마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10일 오전 베이징(北京) 역에서 역무원이 귀성표 판매 시작에 앞서 12분간 다량의 열차표를 뽑아 책상 위에 쌓아두고 판매를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한 누리꾼이 이를 촬영해 인터넷에 올렸고 중국의 누리꾼은 그동안 항간에 떠돌던 역무원들의 ‘열차표 사전 빼돌리기’ 증거라며 일제히 진상조사와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다.

진상조사에 나선 철도부는 15일 “다른 창구에서 팔기 위해 130장의 표를 미리 뽑아둔 것”이라며 “문제는 없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킨 만큼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누리꾼들은 “우리를 백치로 아는 거냐? 창구마다 발매기가 있는데 왜 그 창구에서 뽑아 다른 창구에 준단 말이냐”며 불만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가뜩이나 대량 실업으로 흉흉해진 민심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귀성표 구하기와 열차표 빼돌리기 의혹을 계기로 폭발하지나 않을까 철도부에 특별대책을 촉구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국의 춘제 귀성표 구입난은 매년 되풀이되는 행사다. 원인은 근본적으로 춘제 유동인구가 23억2000만 명에 이를 만큼 엄청난 데다 한정된 열차표를 내부에서 빼돌리고 ‘황뉴당(黃牛黨)’으로 불리는 암표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암표상은 미리 사람을 사서 줄을 세우는 방식으로 1인당 5장(침대칸) 또는 10장(좌석 또는 입석)으로 한정된 표를 대량으로 모은 뒤 2∼3배의 높은 가격에 되팔고 있다. 따라서 일반 귀성객은 하룻밤을 꼬박 새우며 줄을 서고도 표를 사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누리꾼들은 매표(買票) 실명제와 인터넷 판매 시스템 등 각종 아이디어를 쏟아 놓고 있다. 하지만 중국 철도부는 여전히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중국의 누리꾼들은 철도부의 이 같은 자세는 새 시스템이 도입되면 열차표 빼돌리기로 명절 때마다 얻는 ‘떡고물’이 없어질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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