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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월 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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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 최우선 중도성향 드러낼 것”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펼쳐갈 4년은 탈(脫)이념과 실용(實用)이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오바마 당선인 자신도 지난해 11월 당선 확정 직후 일성(一聲)으로 “미국은 레드스테이트(공화당 지지 주)와 블루스테이트(민주당 지지 주)의 집합이 아니다. 미국은 과거에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에도 하나의 합중국”이라며 ‘통합’을 강조했다.
그동안 오바마 당선인의 지근거리에서 활동했던 워싱턴의 전문가 4명을 인터뷰했다.
○ 초당적 거국내각 희망의 메시지
미국 내 북한전문가들의 포럼인 전미북한위원회(NCNK)의 카린 리 사무총장은 “흑과 백, 아시아계와 라틴계, 청장년과 노년층이 하나가 된 오바마 캠프의 선거운동은 향후 4년간 미국이 만들어 갈 모습을 미리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안보전문 비영리 민간연구소인 애틀랜틱 카운실에서 북한연구 책임자를 지낸 스티븐 코스텔로 프로글로벌 대표는 “이념보다는 능력(merit)을, 선거캠프에서의 기여보다는 전문성과 경험을 중시한 내각 구성은 일 잘하고 자신 있는 정부의 회복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경선 라이벌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조지 W 부시 행정부 인사인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등으로 구성된 슈퍼스타급 외교안보팀 구성은 국정운영에 대한 오바마 당선인의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당선인은 밥그릇 싸움을 하거나 행정부 내에서 파워게임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추호의 인내심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중도성향이 오바마 당선인의 정책기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종교 아닌 ‘과학’이 지배할 4년
코스텔로 대표는 “오바마 당선인은 ‘과학’보다는 종교를 신봉한 부시 대통령의 과오를 반면교사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적 선악관에 입각해 이른바 ‘불량국가’의 체제전환과 민주주의의 확산을 강조해 온 부시 행정부의 정책은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국민적 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소장은 “오바마 당선인은 리버럴이나 보수 어느 한쪽이 아닌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될 것임을 약속했다”며 “부시 정부는 이념적 성향이 강했지만 오바마는 매우 실용적인 접근법을 지닌 지도자”라고 말했다.
○ 만만치 않은 도전
카린 리 사무총장은 “대통령 취임식 축복 기도자로 기독교 복음주의의 대표적 인물인 릭 워런 목사가 선정된 데 대해 동성결혼과 낙태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사회통합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보여 준다”고 말했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도 “내각과 백악관 참모진 구성에서 공화당 출신인사와 빌 클린턴 행정부 출신의 인사가 중용된 데 대한 진보진영의 반발은 오바마 당선인의 대통합 구상에서 불안요인으로 잠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레이크 소장은 “리버럴 진영의 높은 기대는 오바마 당선인이 마주쳐야 할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하지만 경기침체나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쟁 등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들은 진지한 초당적 접근을 요구하고 있음을 오바마 당선인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