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총성 멈추고 평화 왔으면”

  • 입력 2009년 1월 2일 03시 00분


팔레스타인 출신 야서 가나엠 씨는 조국의 소식을 전하는 TV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우경임  기자
팔레스타인 출신 야서 가나엠 씨는 조국의 소식을 전하는 TV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우경임 기자
한국땅서 새해 맞는 팔레스타인人 가나엠 씨의 새해 소망

“언젠가는 팔레스타인에도 한국처럼 평화가 오겠죠?”

팔레스타인인 야서 가나엠(38) 씨의 새해 소망은 가자지구에 총성이 멈추고 팔레스타인에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아랍 가정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그는 지난해 12월 31일에도 아랍TV로 팔레스타인 상황을 지켜보며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

가나엠 씨의 새해 소망은 어릴 적부터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바로 팔레스타인에 평화가 정착되는 것. 그는 “매년 똑같은 희망을 품어 보지만 평화는 점점 멀어지고 상황은 악화되기만 한다”며 한숨지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6일째 계속되면서 1일 현재 팔레스타인인 사망자 수가 400명에 육박했고 부상자 수는 2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나엠 씨는 “가자지구에는 정식 군대도 없는데 힘없는 여자와 아이들만 죽어가고 있다”고 분개하면서 “이스라엘의 공격이 거세질수록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도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나엠 씨의 국적은 팔레스타인 요르단 호주 3개나 된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전쟁으로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이라크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지로 피란을 떠났을 때 그의 가족은 요르단으로 갔다. 그는 1990년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기 위해 호주에 갔다가 8년 전 영어 강사로 한국에 들어왔다. 레스토랑 사업을 시작하면서 한국에 남기로 결심했다고.

현재 한국에는 팔레스타인인이 40명 정도 살고 있으며 이들은 자주 전화로 안부를 물으며 고국의 소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친척들은 현재 요르단 접경 지역인 서안지구에 살고 있다. 이번 공습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기 때문에 신체는 무사하지만 정신적으로 매우 피폐한 상태라고 한다. 그는 “난민의 삶은 고통 그 자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가나엠 씨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계를 일본과 한국의 역사에 비유하면서 한국인들의 관심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일본으로부터 나라를 되찾은 것은 정말 행운”이라면서 한국인들이 팔레스타인의 슬픈 역사에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간절한 소망이 올해에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 전장 팔레스타인에서도,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의 크기는 다르지 않았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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