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48시간 휴전안’ 사실상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1일 00시 11분





안보장관회의서 합의 실패… 美-佛 등 세계곳곳 규탄 시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 닷새째인 지난해 12월 31일 이스라엘 정부가 국제사회의 ‘48시간 휴전안’을 사실상 거부하고 하마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휴전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도 이어졌다.

▽휴전 제안 일단 거부=이스라엘 정부는 지난해 12월 31일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 주재로 안보장관회의를 열고 프랑스가 제안한 ‘48시간 휴전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고 이스라엘 일간지 하아레츠가 보도했다.

‘48시간 휴전안’은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교장관이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두 차례 통화를 하면서 구체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에 인도적 구호를 제공하고 하마스가 장기 휴전에 합의할 의향이 있는지 확인하자는 것.

이갈 팔모르 외교부 대변인은 “프랑스의 휴전 제안은 하마스의 로켓 공격과 밀수 방지에 대한 보장이 없다”며 “하마스의 공격을 멈출 장치 없이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휴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측은 일시 휴전할 경우 수세에 몰린 하마스가 전열을 정비할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국제사회가 제안한 다른 대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가 지난해 12월 31일 처음으로 사거리가 40km에 이르는 미사일을 발사하며 공세를 강화한 것도 확전론을 주장하는 각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보부는 안보장관회의에서 “하마스의 통치능력이 심각하게 훼손됐고 무기시설과 밀수용 땅굴이 거의 파괴됐다”고 보고했다. 이에 따라 일단 공습을 통해 압박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개전 닷새째까지 이어진 공습으로 지금까지 사망한 팔레스타인 주민은 최소 390명, 부상자는 172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국제사회 본격 중재와 규탄 시위 밀물=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0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과 살람 파이야드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지속 가능한 휴전’ 방안을 논의했다.

유럽연합(EU) 27개국 외교장관들도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영구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미국 러시아 EU 등 중동 4자회담 참가국 외교수장들도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아랍계가 많이 살고 있는 미국 디트로이트 근교의 디어본에서는 아랍계 미국인들이 ‘가자여 울지 마라, 팔레스타인은 결코 죽지 않는다’는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과 가자지구 부상자들의 사진,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시위를 벌였다.

워싱턴의 국무부 청사 앞에서도 팔레스타인 지원단체가 이끄는 시위대 2500명이 이스라엘과 미국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에서도 이스라엘의 공습을 비난하는 시위가 계속됐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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