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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3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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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말 부시에 비해 북핵 성과 부담 적어
오바마 ‘당근’-힐러리 ‘채찍’ 분담 가능성
▽“(미국 행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요청하기 전에 한국의 무역 위반 사례부터 단속해야 한다.”(2008년 5월,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10명과 함께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는 한미 FTA 관련 공개서한에서)
▽“그런 발언은 독재정권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며 무책임하고 천진난만한 생각이다.”(2007년 7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북한 이란 쿠바 지도자와도 전제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한국이 지금처럼 눈부신 경제 개발에 성공한 데는 미국의 역할이 컸음에도 이제는 양국관계가 ‘역사적 망각 상태’라고 말할 정도로 인식이 부족하다.”(2005년 10월,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1일 확정된 차기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에 대해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 핵문제에 대해 조지 W 부시 행정부 후반기의 ‘적극적인 관여’ 정책을 유지하되, 부시 행정부보다 원칙을 더 준수하는 자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은 “새 외교안보팀은 한미 공조에 최우선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외교정책의 견지에선 미국 민주당이 한국의 보수정당보다 더 보수적”이라며 “새 외교안보팀은 북핵 문제가 얼마나 진전이 어려운 엄밀한 것인지 잘 알고 있으며, 임기 말 유산 남기기에 급급했던 부시 행정부와 달리 성과를 단기간에 내려고 강박감을 가질 이유가 적다”고 설명했다.
존 울프스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도 “차기 행정부 동아시아 정책의 기본은 한국을 포함한 전통적인 주요 동맹국과의 관계 강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원칙에 철저하면서도 적극적인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주장해 왔지만 상대적으로 더 강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6년 북한 핵실험 이후 유엔의 대북 제재가 결정됐을 때 그는 “내가 원했던 것만큼 강력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당내 경선 때 오바마 후보가 불량국가 지도자들과의 회담 용의를 밝힌 데 대해서도 “독재정권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며 무책임하고 천진난만한 생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 때문에 일각에선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장관이 각각 ‘좋은 경찰’과 ‘나쁜 경찰’의 역할을 나눠 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물론 힐러리 내정자가 ‘북핵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라는 원칙은 엄격히 지키면서도 방법론적으로 과감한 발상의 적극적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피터 벡 아메리칸대 초빙교수는 “경제난과 안보이슈 우선순위를 감안할 때 당분간 선의적 무시(benign neglect)가 대북정책의 기조가 될 것”이라며 “하지만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대북 특사로 활용하는 카드를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힐러리 내정자는 대통령 방북 성사 직전까지 갔던 클린턴 대통령 시절의 유산과 함께 정치인 출신으로서 외교적 치적 달성에 대한 야심이 있기 때문에 과감한 접근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실 클린턴 행정부 말기 대북관계 진전을 주도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은 힐러리 내정자의 핵심 브레인이며, ‘올브라이트 사단’의 핵심인 웬디 셔먼 전 대북조정관이 차기 행정부에서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외교정책 전반에 걸쳐선 미 행정부 내에서 국무부의 위상이 회복되고 인력도 증원되며,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이 싹틔워 보려 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던 ‘적극적 외교’가 꽃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