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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2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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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뒤에 우리의 손자들이 이렇게 물어봅니다. ‘할아버지, 왜 옛날 사람들은 지구온난화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어요?’ 그때 우리가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란다’라고 대답한다면 참 어리석지 않겠어요?”
영국 런던에 있는 유럽기후거래소(ECX)의 패트릭 벌리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닥친 요즘, 환경 문제를 걱정하는 것은 사치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는 한 번 왔다 가는 것이고, 환경 문제는 세대를 넘는 이슈”라는 것이 벌리 사장의 생각이었다.
ECX는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탄소배출권 거래소다. 직원은 벌리 사장을 포함해 달랑 5명이지만 유럽 내 탄소시장 점유율이 90%에 이른다.
탄소배출권은 쉽게 말하면 쓰레기종량제와 비슷한 개념. 각 가정이 쓰레기를 배출하려면 쓰레기봉투를 구입해야 하듯이, 국가나 기업이 탄소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배출권을 사야 한다.
다만 국가나 기업별로 배출한도가 정해져 있어서 그 한도를 넘는 분량에 대해서만 배출권을 구입하면 된다. 만약 한도보다 덜 배출했다면 그만큼의 배출권을 다른 기업에 팔 수 있다. ECX나 프랑스 파리의 블루넥스트 등은 이런 배출권이 거래되는 시장이다.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37개 선진국들(한국 제외)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1차 의무이행기간(2008∼2012년) 동안 1990년 대비 5% 이상 감축하도록 돼 있다.
탄소시장도 경기침체의 한파를 피하진 못했다. 기업들이 생산을 줄이자 탄소 배출권 수요도 자연히 줄어들었다. 올 7월 t당 30유로에 육박하던 유럽 내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달 20유로 밑으로 떨어졌다.
반면 각국이 국제협약을 통해 배출한도를 낮추는 등 지구온난화에 적극 대응하면 배출권 값이 올라간다. 세계은행은 2010년이면 세계 탄소시장 규모가 현재의 두 배 이상인 1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장피에르 호트 블루넥스트 부사장은 “지금까지 장외거래를 했던 투자자들도 금융위기 이후 투명성이 높은 거래소로 옮겨오고 있다”고 말했다.
블루넥스트는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유럽의 탄소배출권 거래소였던 파워넥스트의 탄소시장 부문을 인수하면서 올 1월 설립됐다.
런던·파리=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