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에 폭탄 맞은 인도경제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2월 1일 02시 59분



■성동기 특파원 뭄바이 르포

“관광 성수기에… 뭄바이-델리 3만개 호텔객실 절반 빌 것”

관광업계 “호텔이 테러 표적 돼 타격 더 커”

허술한 치안 드러나 외국자본도 탈출 러시


“인도는 원래 겨울철이 관광 성수기인데 요즘 글로벌 경기침체로 관광객들이 급감했다. 그런데 이제 테러까지 터지면서 손님이 아예 없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렌터카 회사를 운영하는 라제시 쿠마르 사장은 30일 “앞으로 어떻게 회사를 운영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오전 뭄바이 시내는 빠르게 평온을 되찾아가는 모습이었다. 진압 작전이 계속되는 동안 인적이 드물던 도심에도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테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뜻에서 검은 리본을 단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테러가 진압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시민들은 충격을 떨쳐버리고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도 경제가 견뎌내야 할 ‘테러 후유증’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외국인 투자 감소, 관광산업 타격 불가피=이번 테러로 인도의 허술한 치안상황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외국인 투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까지 줄면 인도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상곤 KOTRA 뭄바이 센터장은 “뭄바이는 인도의 경제중심지로 외국인 투자가 집중돼 있고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며 “이번 테러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져 투자를 보류하거나 취소하는 외국 기업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힌두스탄유니레버,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이 이미 뭄바이 지사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특히 테러범들이 고급 호텔에 묵고 있는 외국인을 테러공격 대상으로 삼으면서 인도 관광업계는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이코노믹타임스는 이날 인도 여행사협회 라지 라이 회장의 말을 빌려 “연말연초 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터진 이번 테러가 (업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조차 힘들다”고 전했다.

이미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등이 자국민들에게 인도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이 때문에 현지 여행업계에서는 내년 3월까지 인도 여행을 예약한 외국인 가운데 절반 정도가 예약을 취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3만여 개에 이르는 뭄바이와 델리의 호텔 객실 가운데 40∼50%도 ‘빈 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도 정부, 테러방지체제 구축해야”=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언론은 “외국인 투자가와 관광객들의 발길을 되돌리려면 인도 정부가 국가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향후 2, 3년 동안 정부 예산을 들여 국가 차원의 위기관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론들은 강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미국 영국 스페인 등지에서도 대형 테러가 일어났지만 이후 테러방지책 마련에 주력하면서 위기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인도의 경제 상황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테러 영향으로 선진국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지금이 인도 시장 선점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동기 특파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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