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 ‘위험한 후견인’ 3탄 공세

  • 입력 2008년 10월 31일 02시 58분


“오바마 - PLO대변인 연회 동영상 공개하라”

“LA타임스, PLO 자문교수 영상 왜 공개않나”

오바마 “존경할만한 학자지만 그와 견해 달라”

역전을 위한 마지막 희망을 품고 격전지인 플로리다 주 공략에 나선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29일 '오바마의 위험한 후견인' 시리즈 3탄을 들고 나왔다.

"오바마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대변인, 그리고 미스터 아이어스(1960년대 미국내 자생 테러조직 지도자 출신 대학교수)와 함께 참석한 연회의 동영상을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갖고 있다. 그러나 그 신문은 동영상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격전지의 유대계 미국인, 친 이스라엘 성향 표심을 겨냥한 이날 발언은 2주 가량 펼쳐온 '오바마-아이어스 연계설', '갓뎀 어메리카' 발언 파문의 담임 목사 거론, 감세 정책을 둘러싼 이념논쟁에 이어 오바마 후보의 이념적 뿌리가 급진파에 닿아 있다는 공세의 일환이다.

매케인 후보가 언급한 'PLO대변인'은 컬럼비아대 중동문제연구소 소장인 라시드 칼리디 교수를 뜻한다.

칼리디 교수는 미국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학자다. 1990년대초 PLO의 정책을 자문해줬지만 실제 대변인 역할을 했다는 근거는 없다. 2003년까지 시카고 대학에 재직할때 오바마 후보 부부와 친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진 그는 진작부터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주변인물' 가운데 한명으로 거론돼 왔다(본보 6월7일자 A12면 보도 참조).

매케인 후보는 "만약 어떤 언론사가 매케인이 신(新)나치주의자 복장을 하고 있는 테이프를 확보했다면 어땠을까. 오바마 동영상과는 대우가 다르지 않았을까"라며 LA타임즈를 압박했다.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도 오하이오 주 유세에서 "오바마 후보가 또다른 과격 교수와 이웃으로 어울려 많은 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의 동영상에서 이스라엘은 테러의 희생자가 아닌 가해자로 언급되고 있다는데 이에 오바마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하다"고 주장했다. 페일린 후보는 또 "LA타임즈가 오바마 후보에게 영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대해 LA타임즈는 "공개하지 않는걸 조건으로 동영상을 입수했다"며 공개를 거부하면서 "우리는 이미 그 내용을 자세히 보도해서 세상에 이를 드러냈다"고 반박했다.

LA타임즈는 올 4월 10일자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은 오바마를 친구로 여기고 있다'는 제목하에 오바마 후보의 팔레스타인 관련 인맥을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2003년 뉴욕으로 떠나는 칼리디 교수 송별 저녁식사 모임이 음악과 춤, 토론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열렸고 당시 오바마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도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당시 젊은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이 이스라엘의 테러리즘을 비난하는 시를 암송했으며 다른 참석자는 이스라엘 점령지구의 이스라엘 정착민을 오사마 빈 라덴에 비유했다"고 보도했다.

LA타임즈는 또 "그날 저녁식사 자리에서 오바마 후보는 '칼리디와의 대화는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맹점과 편견을 항상 일깨워준다. 그런 대화가 앞으로도 이어지고, 부부의 저녁식사 테이블에 한정되지 않고 전 세계에 들려지길 바란다'고 송별사를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오바마 의원은 당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선 다른 참석자들과 다른 톤을 보였으며 공통점을 찾을 것을 촉구했다고 LA타임스 보도는 전하고 있다.

이 연회에 매케인 후보가 주장하듯 아이어스 교수가 참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바마 후보는 5월 민주당 경선 당시 칼리디 교수에 대해 "시카고대학에서 강의할 때 알고 지낸 존경할만한 학자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그의 견해는 나의 생각과 다르며 나의 조언자가 아니다"고 밝힌바 있다.

사실 오바마 후보는 민주당 경선때부터 "이스라엘의 안보는 신성불가침"이라며 친 이스라엘 정책을 일관되게 밝혀왔고, 이로인해 오히려 리버럴 진영으로부터 "변절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한 칼리디 교수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문제 연구소는 매케인 후보가 의장으로 있는 공화당국제연구소로부터 1998년에 44만 여 달러의 기금을 받기도 했다

한편 두 후보간 지지율은 전국 평균 6%포인트 차를 보이고 있으며, 격전지인 플로리다에서는 격차가 2%포인트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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