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출업체 “엔高-원低 울고 싶다”

  • 입력 2008년 10월 31일 02시 57분


“가격경쟁력 한국에 뒤져”… 당국에 외환 개입 요구

일본 수출기업들이 엔화 가치 급등과 한국의 원화 가치 급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한국 원화는 올해 초에 비해 달러화 대비 50%대, 엔화 대비 70%대로 하락했다. 반면 엔화 가치는 달러당 90엔대, 유로당 120엔 언저리까지 치솟았다. 일본 수출기업들이 환율 압박을 견디다 못해 당국에 외환시장 개입을 요구할 정도다.

엔화 가치가 급상승하면서 해외시장에서 일본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경쟁 상대인 한국 기업들은 원화 가치 하락으로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해외 유통업체들이 단기간에 주문 업체를 바꿀 수 있는 가전업계는 이미 환율 영향권 안에 들어섰다. 게다가 LG, 삼성전자가 품질 면에서도 소니, 히타치 등 일본 업체에 절대로 뒤처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일본 가전업체가 느끼는 위기감은 매우 크다.

엔고 영향으로 내년도 이익 전망치를 내려잡은 소니의 오네다 노부유키 최고재무책임자는 “삼성은 평판TV 판매를 늘리고 있는데…”라고 우려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글렌 맥과이어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대만의 수출기업들이 환율변수로 일본 기업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에 환율 문제는 내년 경제에도 주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 등 해외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 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수출용 차량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환율변수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그렇다고 삼성 LG 등 한국 기업들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환율로 인한 이익은 제한적인 데 반해 경기 위축으로 세계 시장의 전자제품 수요 자체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