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업체 해고 바람… 동네기업 폐업 공포

  • 입력 2008년 10월 29일 03시 02분


■ 엔고로 달라진 풍속도

외국인 유학생들 학비 늘어나 귀국 고심

달러-원화 사재기… 증시 신규자금 유입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에서 어느 정도 비켜 선 것으로 보이던 일본에서도 엔화 가치가 치솟고 주가가 폭락해 갖가지 새 풍속도가 나타나고 있다.

엔고(円高)로 실적악화가 예상되는 자동차 정밀기기 등 수출업체에서는 파견사원의 계약 해지가 속출하고 있다고 도쿄신문이 28일 보도했다.

대기업의 하청을 받는 중소기업이나 동네 공장들은 “당장 다음 달 일거리가 없다”며 폐업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노후 자금을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당장의 자산 디플레는 물론 다가올 경기침체 우려로 지갑을 닫고 있다.

자국에서 송금을 받아온 외국인 유학생들은 급작스러운 엔고에 학비를 낼 수가 없어 귀국을 검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금융위기는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 계획이 당초 10월 말에서 11월 말로, 다시 내년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조기 총선거에 대비해 선거사무실을 임대하고 선거운동원을 고용했던 정치인들이 “자금을 댈 수가 없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편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증시에 신규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인터넷 증권회사의 경우 이달 새로 계좌를 개설한 고객 수가 7월에 비해 36% 늘었다.

상대적으로 값싸게 느껴지는 외화 사재기 바람도 거세다. 은행 외환창구에서는 미 달러화, 한국 원화, 유로화 등이 사재기 대상이다. 27일 한국외환은행 도쿄지점에서는 아침부터 원화를 사려는 고객들이 줄을 서 준비된 원화가 개점 1시간 만에 동났다.

묵직해진 엔화는 해외로 가지고 나가면 가치가 더 커진다. 대기업인 산토리의 사지 노부타다(佐治信忠) 사장은 28일 신문 인터뷰에서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며 “해외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위해 2000억 엔의 자금을 준비해 뒀다”고 밝혔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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