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前총리 ‘反정부 블로거’ 변신

  • 입력 2008년 10월 28일 03시 00분


22년 철권통치 전력 무색

정부비판 “언론자유” 요구

22년간 말레이시아를 철권 통치했던 마하티르 모하마드(83·사진) 전 총리가 언론의 자유를 부르짖는 블로거로 변신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26일 보도했다.

1981년부터 2003년까지 말레이시아의 총리로 재직한 그는 올해 5월 웹 사이트(www.chedet.com)를 개설한 뒤 꾸준히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쓰고 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내가 정부를 비판하면 국민은 동의는 하지만 공개적으로 정부를 공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내가 블로그를 개설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지금까지 600만 명이 다녀갔으며, 수만 명이 자신을 지지하는 내용의 댓글을 남겼다고 덧붙였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퇴임하면서 당시 압둘라 바다위 부총리에게 총리 자리를 넘겨줬지만 2년 전부터 현 정권이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올해 3월 실시된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여당 국민전선(BN)이 1957년 독립 이후 처음으로 의석 3분의 2를 차지하는 데 실패해 정국이 혼란한 모습을 보이자 마하티르 전 총리는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뚜렷이 내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한 블로거를 자택 연금했을 때 마하티르 전 총리가 자신의 블로그에 “그를 연금시킨 것은 권위주의 정부가 얼마나 억압적이고 오만한지를 보여준다”고 적은 것을 보면 혁명가 체 게바라가 연상될 정도라고 이 신문은 평가했다.

이 신문은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중국 등지에서는 블로거들이 정부의 정보 통제에 도전하면서 ‘제5부’로 불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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