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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3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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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협력기구는 北비핵화 전제, 신뢰부터 쌓아야
한중일 협력과제 美금융위기에 3국정상 공조해야
올림픽 이후 중국 빈부격차 있지만 슈퍼파워 부상
○ “동북아 공동체 구축 필요” 한목소리
추이리루(崔立如) CICIR 원장은 “3국은 같은 한자 문화권에, 문화적으로 오랜 교류의 역사가 있는 데다 최근 상호의존성이 깊어지고 있어 공동체 구축 논의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무라마쓰 야스오(村松泰雄) 아사히신문 논설주간은 “동북아는 북한 문제를 빼면 그 어느 때보다 안보적으로 안정돼 있다”며 “일본은 더는 신사참배 문제로 주변국과 갈등을 빚지 않을 것이며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도 주변국과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고쿠분 료세이(國分良成) 게이오대 교수는 “3국이 침략의 역사 등 과거와 결별하려는 의지가 있고, 일본에 이어 한국 중국도 근대화가 이뤄져 경제적으로 평등한 관계의 토대가 마련돼 어느 때보다 안보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조건이 성숙됐다”고 평가했다.
방형남 21세기평화연구소 소장은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집권 2기를 맞은 후 주석, 그리고 차기 미국 대통령의 재임 기간이 비슷하다는 것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어 동북아 안보협력에 희망적 요소”라고 말했다.
치바오량(戚保良) CICIR 한반도연구실 주임은 다만 “유럽과 비교해 보면 정치 경제 발전 수준이 다르고 상호 신뢰 부족으로 공동체 추진의 토대가 미흡해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소개했다.
치 주임은 그렇지만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진행 중인 6자회담이 북한 비핵화뿐 아니라 넓게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제 구축에 필요한 협력의 경험을 쌓게 하는 등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종욱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도 “동북아 공동체 구성은 먼저 ‘신뢰의 공동체’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북한 비핵화와 급변사태에 대한 대응
고쿠분 교수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6자회담이 중요하지만 너무 미국 의도대로 진행되고 중국은 형식적으로만 의장국을 맡아 아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배인준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6자회담이 다자간 안보협력체제 구축의 발판이 되려면 ‘북핵 문제 완전 해결’이라는 실적을 내야 하기 때문에 회담 참가국들은 각자의 정치적 목적에 신경 쓰기보다는 ‘북핵 해결’이라는 본질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나오면서 북한 급변 사태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일영 성균관대 정치학과 교수는 “북한은 현재로서는 갑작스러운 붕괴나 남한으로의 흡수 통일보다는 상황이 악화되면서도 체제가 붕괴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기간이 얼마나 지속될지를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북한 급변 사태’ 시 중국의 대응에 대해서는 “유엔을 통해 개입에 따른 부담과 부작용을 줄이고 효율을 최대화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세계 금융위기와 3국의 공동 대응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3국 공동체 구성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의견도 많았다.
안자이 다카시(安齋隆) 세븐은행 사장은 “세계 금융위기 확산 이후 세계가 3국을 주시하며 위기 완화에 어떤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쿠분 교수는 “교과서에서나 볼 만한 100년 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하는 금융위기를 맞아 한중일 3국 정상들의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유감”이라며 “서로 전화로라도 공동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외부에서 높이 평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올림픽 이후 중국과 중국 경제
지즈예(季志業) CICIR 부원장은 “올림픽이 중국이 세계무대에 나서는 성인식이라는 평가가 있다”며 “하지만 성인식을 치러도 성인 아닌 사람이 많듯이 중국도 아직 ‘사춘기’인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즉, 지역 계층 간 빈부격차와 경제성장률 둔화, 통화팽창 위험, 노동비용 증가에 따른 중소 제조업의 어려움 등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도 많다는 것.
안자이 사장은 “중국은 올림픽을 통해 슈퍼파워로의 부상을 예고했으며 대국 굴기의 기회로 삼았다”며 “다만 중국 경제는 ‘내열외냉(內熱外冷·내부 과열 외부 세계 경제 침체)’의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긍정적 여론 선도, 책임있는 보도를”▼
중국의 한 신문이 올해 7월 “‘쑨원(孫文)은 한국인’이라고 한국 언론이 보도했다”라고 오보를 해서 물의를 빚었다. 한국 누리꾼들은 5월 쓰촨(四川) 성 지진 사태 당시 중국인들의 슬픔을 더욱 크게 했던 악성 댓글로 중국인들의 분노를 샀다.
심포지엄에서는 “한중일 정부 간에는 ‘3국 공동체’ 구성을 논의할 만큼 정치적 의지가 있지만, 일반 대중이나 여론의 지지가 없이는 이 같은 구상이 사상누각(沙上樓閣)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정책 형성과 여론 조성에 큰 역할을 하는 미디어의 책임 있는 보도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3국 간 언론 교류가 절실하다는 말도 나왔다.
양보장(楊伯江)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 일본연구소 소장은 “지금은 휴대전화의 인터넷 접속만으로 상대 국가 대중과 직접 접촉해 서로에 대한 감정을 나타낼 수 있는 ‘휴대전화 민족주의’ 시대”라며 “이 과정에서 부정확하고 단편적인 정보로 오해와 혼란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소장은 “따라서 책임 있는 언론들이 좀 더 책임 있는 보도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는 “미디어는 부정적인 것을 뉴스로 하는 속성이 있어 평화보다는 갈등과 문제점 등을 부각시키다 보니 긍정적 보도에 소홀하다”며 “중국 언론도 정부 통제가 없다면 일본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목소리가 많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아사히신문은 외국 편인가’라는 비판을 받을 때도 있지만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냉정한 시각으로 보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진환 인하대 교수는 “‘뉴욕타임스가 대통령을 만든다’는 말까지 있는 것처럼 언론은 정치 지도자나 일반 여론에 대한 영향이 크다”며 “각국을 대표하는 언론이 활발한 교류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중심을 잡고 여론을 선도하고 지도자를 설득하면 불필요한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즈예(季志業) CICIR 부원장은 “외교정책은 여론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여론 형성에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대중의 정서를 통제하는 데 있어 한국과 일본 언론은 중국만큼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 부원장은 “다만 중국에서도 최근 인터넷에 터무니없는 얘기가 보도되는 등 통제되지 못하는 측면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각국 간 교류에서 나타나는 긍정적 측면을 부각하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언론의 주요 역할”이라고 입을 모았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