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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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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 중소 상업은행 자금난 몰려 연쇄부도 가능성
헤지펀드도 공매도 제한으로 타격… 청산 잇달아
미국 정부가 제출한 7000억 달러 구제금융 법안이 부결되면서 대형 투자은행(IB)에서 시작된 금융회사 붕괴가 미국의 상업은행(CB), 특히 지방의 중소 상업은행들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세계시장에서 활동하며 고수익을 챙겨 온 헤지펀드들도 최근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 “수개월 내 1000개 은행 문 닫을 수도”
구제금융 법안이 부결된 29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미국의 지역은행인 ‘내셔널 시티 코프’와 ‘소버린 뱅크코프’의 주가가 60% 넘게 급락하며 이번 금융위기의 다음 번 희생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 밖에도 ‘피프스 서드 뱅크코프’의 주가가 하루 만에 36%, ‘퍼스트 페드 파이낸셜 코프’가 44%, ‘키코프’가 18% 하락하는 등 미국 지방은행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금융권에서는 연방 하원의 구제금융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 이번 주 안에라도 비교적 건전한 지방 중소은행들이 자금난에 몰려 연쇄 부도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같은 날 미국의 씨티그룹은 미국 4위의 상업은행으로 미국 전역에 3300여 개 지점을 운영해 온 와코비아의 은행부문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와코비아는 2006년 모기지업체인 골든 웨스트 파이낸셜을 25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떠안은 모기지 채권이 부실화돼 올해 상반기(1∼6월)에만 97억 달러의 손실을 냈다. 이에 앞서 JP모간체이스는 25일 미국 최대의 저축대부조합인 워싱턴뮤추얼(WaMu)의 예금과 자산 등을 인수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1989년 8월부터 1995년 12월까지 저축대부조합(S&L) 파산 당시 747개 부실저축기관이 정리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WL로스 앤 코의 윌버 로스 회장은 최근 CNBC에 출연해 “많은 지방은행이 저축대부조합 사태처럼 위기에 몰릴 수 있다”며 어쩌면 몇 개월 안에 1000개의 은행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헤지펀드 총 1조6800억 달러 운용
세계 각국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챙겨 온 헤지펀드들도 금융위기의 충격을 받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헤지펀드 업계가 개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환매로 위기에 직면했으며, 부유한 개인투자가들이 투자금을 헤지펀드에서 빼내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헤지펀드 조사업체인 헤지펀드리서치(HFR)에 따르면 올해 들어 헤지펀드들은 평균 9.6%의 손실을 냈다. 환매가 늘면서 올해 들어 드레이크 캐피털, 오스프레이 매니지먼트 등의 헤지펀드가 청산됐으며 지난주에도 MKM 롱보트, 포웨 캐피털 등 몇몇 헤지펀드가 문을 닫았다.
FT는 금융위기로 세계 각국의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제한한 것도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을 낮추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전무는 “헤지펀드들은 투자받은 돈을 기초로 주로 상업은행에서 돈을 빌려 자본금의 10배 정도의 자금을 운용해 왔다”면서 “헤지펀드들이 청산되면 미국 상업은행들이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란 상대적으로 소수인 자산가들의 돈을 모아 주식, 부동산, 원자재, 파생상품 등에 자유롭게 투자해 고수익을 내는 펀드로 금융당국의 직접적 감독을 받지 않는다. 조지 소로스가 운영하는 퀀텀펀드가 대표적인 헤지펀드다.
전세계에서 활동하는 헤지펀드의 수는 1000∼1만 개로 집계기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헤지펀드 전문지인 ‘앱솔루트 리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10억 달러 이상 자산을 운용하는 헤지펀드는 268개로 이들은 총 1조6800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