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골드만삭스에 50억달러 투자” 화제

  • 입력 2008년 9월 24일 17시 46분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세계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본격적인 주식 사냥에 나섰다.

2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골드만삭스의 우선주에 약 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버핏이 투자한 우선주의 배당률은 연 10%이고, 골드만삭스가 다시 사들이려면 10%의 프리미엄을 얹어야 한다. 버핏은 이 외에 추가로 50억 달러에 해당하는 보통주를 주당 115달러의 가격에 향후 5년 간 어느 때라고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았다.

버핏은 평소 '월스트리트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투자는 금융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버핏은 1987년 투자은행 살로먼 브라더스의 우선주에 7억 달러를 투자한 이후 금융회사에는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3년 당시 잘 나갔던 헤지펀드인 LTCM가 투자해 달라고 제안했지만 거부했고, LTCM은 결국 몇 년 뒤 리스크 관리 실패 등으로 파산했다. 파산 후 LTCM 임원들은 버핏을 방문해 자산의 일부를 '폭탄 가격'(헐 값)에 사지 않겠냐고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거부했다.

올해 3월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는 "집값이 떨어지면서 금융회사들의 어리석음(folly)이 드러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버핏은 골드만삭스에 대해서는 "훌륭한 성과를 지속할 수 있는 글로벌 영업망과 실력이 입증된 경영진, 지적 자산을 갖춘 뛰어난 금융기관"이라며 투자 이유를 설명했다.

버핏은 18일 전력회사인 콘스털레이션 에너지그룹에 47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금융위기가 불거진 이후 첫 주식사냥에 나섰다. 당시 콘스털레이션 에너지 그룹의 주가는 주당 26.5 달러로 일주일 새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제임스 에인절 조지타운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예리한(sharp) 투자자들이 신용 위기 파국 속에서 좋은 매물을 싸게 사들이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연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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