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동네기업]<6>특수거울 제조 고미

  • 입력 2008년 9월 19일 02시 55분


고미야마 사카에 고미 사장이 자사가 생산하는 특수거울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이타마=천광암  특파원
고미야마 사카에 고미 사장이 자사가 생산하는 특수거울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이타마=천광암 특파원
FF거울 세계 첫 개발… 항공기시장 개척

“규모 아닌 독자적 기술로 첨단시장 틈새 공략”

엄격한 품질관리로 7만개 제품 불량-반품 ‘0’

세계 최대 규모 여객기인 에어버스 380의 제조에는 일본 기업 21개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어버스 380은 최첨단을 달리는 항공 분야에서도 최신 기종인 만큼 21개사는 기술대국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대부분이다. 후지중공업과 스미토모금속 등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지명도가 높은 기업들이다.

오직 고미(Komy)라는 기업만이 유일한 예외다.

○ 사각(死角)에 도전한다

사이타마(埼玉) 현 가와구치(川口) 시 주택가. 고미 본사와 공장은 6가구가 세 들어 사는 다가구주택 규모의 3층 건물에 자리 잡고 있다.

사원은 임시직 근로자를 합해도 35명을 넘지 않는 아담한 중소기업이다.

고미야마 사카에(小宮山榮) 사장이 기다리던 응접실 벽과 천장에는 각양각색의 거울이 보였다.

일반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울이 아니라 편의점이나 백화점에서 사각(死角)을 관찰하기 위해 쓰이는 볼록거울이나 오목거울이 대부분이었다. 평면거울도 있었지만 기능 면에서는 볼록거울이나 오목거울처럼 폭넓은 시야를 확보해 주는 특수한 기능을 갖춘 거울이었다.

고미야마 사장은 작은 평면거울을 보여 주며 “우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FF(Fantastic Flat·환상적인 평면이라는 뜻)거울”이라고 설명했다.

고미는 1967년 동네의 작은 간판제조업체로 출발했다.

1975년 회전 간판의 원리를 응용해 쉼 없이 회전하는 볼록거울을 만든 것이 특수거울 제조업체로 변신한 계기였다.

당초 고미가 생각한 회전 볼록거울의 용도는 장식용이었다. 하지만 이 거울은 전혀 엉뚱한 분야에서 엉뚱한 쓰임새로 주목을 받았다. 물건을 사는 척하며 슬쩍해 가는 ‘만비키(万引き)범’ 때문에 골치를 썩이던 편의점들에 가게 안의 사각을 없애 주는 고미의 특수거울은 구세주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이후 후발업체들이 적지 않게 생겨났지만 일본 편의점업계의 방범용 특수거울 시장에서 고미의 점유율은 지금도 70%를 웃돌고 있다. 높은 기술력 덕분이다.

○ 항공기 시장 개척으로 기술력 입증

고미가 소매업계에 이어 항공업계로 발을 뻗을 전기를 찾은 것은 1995년. 홋카이도(北海道)를 다녀오던 한 사원이 비행기 좌석 윗부분에 배치된 수하물 칸에 FF거울을 달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고미야마 사장도 일반 평면거울보다 시야가 넓은 FF거울을 설치하면 승객들이 놓고 내린 수화물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일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항공기용 ‘FF 미러 에어(해외명칭 고미 미러)’의 개발과정은 기술적인 난관의 연속이었다.

항공기에 탑재하기 위해서는 일반 제품에 비해 내화성, 강도, 내구성 등이 훨씬 강하면서도 무게는 가벼워야 했다.

1997년 1월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연방항공국(FAA)의 내연소성 검사를 통과한 고미의 FF 미러 에어는 그해 2월 보잉777 항공기에 처음으로 장착됐다.

납품물량은 고작 8개였다. 용도도 수하물 칸 검사용이 아니라 승무원들이 객실 내부를 관찰할 때 사용하는 객실용이었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항공기용 FF 미러 에어는 고미의 현재 매출액 가운데 40%를 차지하는 주력상품으로 성장했다. 지금까지 누적판매물량은 7만 개.

고미야마 사장은 “엄격한 품질 관리가 성장의 비결”이라면서 “7만 개의 제품 중 파손되거나 반품된 제품은 아직 단 한 개도 없다”고 자랑했다.

○ “기술의 최고봉은 직선과 평면”

고미가 FF 미러 에어 제조에 성공한 것은 1996년이지만 원형인 FF거울을 처음 개발한 것은 다시 1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고미야마 사장에게 FF거울 개발에 착수한 동기를 물어봤다.

그는 “정밀도가 높은 직선과 평면은 기술의 기초이자 최고 경지”라면서 “기술의 한계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평평한 볼록거울, 평평한 오목거울을 만들고 싶은 충동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젓가락학회 이사장’이라고 적힌 또 다른 명함을 내밀면서 “젓가락을 사용하는 나라는 직선과 평면에 강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높은 기술수준이 필요한 제품도 대기업들이 거액을 쏟아 부으면 쉽게 모방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런 위험에 맞닥뜨리지 않기 위해 고미야마 사장은 철저한 틈새전략을 구사해 왔다.

고미야마 사장은 “대기업이 뛰어들 정도로 시장이 큰 부분에는 절대로 손을 대지 않는다”면서 “기술로 세계 1위가 되면 어떤 대기업과 거래를 해도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규모에는 연연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규모보다는 만드는 즐거움과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기쁨이 더 소중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고미는 주문 물량이 아무리 적어도 거절하지 않으며 고객이 원하는 최단기간에 납품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고미야마 사장에게 돈이 안 될 성싶은 원칙에 집착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주문을 내는 쪽도 물량이 많으면 재고 위험을 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적은 주문 물량도 수주하면서 단기간에 납품할 수 있는 기업을 찾을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이 주문을 가려 받으면서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

사이타마=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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